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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Sep 01. 2019

사랑하기 때문에 죽인다

 _다자이 오사무 「직소」

누군가를 마구 욕하고 있다. 심지어 죽여달라고 한다.


아뢰옵니다. 아뢰옵니다. 나리, 그 사람은 너무해. 못됐어. 네, 불쾌한 놈입니다. 나쁜 사람입니다. 아아, 참을 수 없어. 살려둘 수 없다고.


누군가가 엄청 싫은가 보다. 미리 밝히자면 화자는 유다다. 바로 그 가룟 유다*. 그는 누군가를 계속 욕한다. 자신이 얼마나 고생하는데, 알아주지 않는고 비난한다.


그 사람은 제 스승입니다. 주인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저랑 동갑입니다. 서른셋입니다. 저는 그 사람보다 겨우 두 달 늦게 태어났을 뿐입니다. 대단한 차이가 있을 턱이 없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렇게 큰 차이가 있을 리 없지. 그런데도 나는 여태껏 그 사람에게 얼마나 혹사당해 왔는지. 얼마나 조롱당해 왔는지. 아아, 이젠 지겨워.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았어.


잘은 몰라도, 아주 화가 단단히 난 듯하다. 재미있는 건 다음 이야기다.


잠자리에서부터 나날의 입을 거리 먹을 거리 마련까지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돌보아주었는데도, 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바보 같은 제자들까지도 나한테 고맙다는 인사말 한마디 안 해. 고맙다고 하기는커녕 그 사람은 내가 이렇게 남몰래 나날이 고생하는 걸 모르는 척하면서 언제나 분수에도 안 맞는 사치스러운 얘기만 하고 빵 다섯 쪽, 생선 두 마리밖에 없을 때조차도 눈앞에 있는 대군중 모두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따위의 억지소리를 해서, 나는 뒤에서 정말이지 힘들게 이리저리 변통해서 간신히 그 명령한 음식을 그럭저럭 사 모았던 것입니다.


그렇다. 비난의 대상은 예수다. 이 소설은 유다의 입장에서 예수를 비난하고 스스로를 변명하는 이야기다. 이 글이 재미있는 이유는, 유다가 예수를 증오하고 고발하는 한편, 여전히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 감정이 소설 전체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룟 유다 : 가롯 유다. 이스가리옷 유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이다. 예수를 배반하고 고발했기 때문에, 배신자의 대명사로 불린다.


베드로나 야고보들은 그저 당신을 따라다니면 무슨 수나 있지 않을까. 그런 것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만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따라다녀 봤자 아무런 득 될 것이 없다는 것을. 그런데도 저는 당신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당신이 이 세상에서 없어진다면 저도 따라 죽을 겁니다. 살아갈 수가 없을테니까요.


예수를 사랑하지만 그는 예수가 하는 말들이 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신앙이 없다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미친 소리를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죽이기로 결심한다.


저는 이제 연민밖에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실로 비참한 우스꽝스러운 희극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아아, 이제 이 사람도 내리막길이구나. 하루를 더 살면 더 산 만큼 천박한 추태를 보이게 될 뿐이다. 꽃은 시들기 전까지가 꽃인 것이다. 아름다울 때에 잘라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죽인다? 말이 안 되는 논리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말이 되도록 잘 묘사했다. 유다의 배신감과 분노 그리고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내 손으로 죽이겠다. 남의 손에 죽게 하고 싶지는 않아. 저 사람을 죽이고 나도 죽겠다.


과연 다자이 오사무는 글을 잘 쓴다. 어렵게 돌려말하지 않고, 쉬운 말로 잘 풀어낸다.


★★★★ 생각도 못한 처절한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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