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이사카 코타로 「마왕」
"애당초 죽은 형이 나한테 붙어 있다는 발상 자체가 이상한 걸까?" 준야가 씁쓸하게 웃기에, 나는 "오빠가 준야를 못 본 체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하고 변명처럼 말했다. "겨우 죽었다는 이유로."
준야가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맞아. 겨우 죽었다는 이유로 나를 못 본 체 하지는 않을 거야."
"매, 있어?" 나는 준야한테서 쌍안경을 받아들자마자 위쪽으로 자세를 잡고 주변을 둘러봤다.
"오늘은 제법 나오고 있어. 비가 그치고 나서 수증기가 증발하면서 상승기류가 발생하고 있으니까."
"발생하고 있으니까?"
"그걸 타고 높은 곳까지 날아오르는 거야. 녀석들은 높은 효율로 날 생각밖에 하질 않으니까. 이런 때를 놓치지 않고 이용하지. 올라갈 수 있을 때까지 올라갔다가 목적지까지 슝하고 떨어지는 편이 편하니까."
"그런 것까지 생각하는구나, 새가."
"그런 것밖에 생각하지 않아."
어두운 밤,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말을 몰고 있다. 그가 아들에게 묻는다.
"아들아, 왜 얼굴을 가리느냐?"
"아버지, 보이지 않아요? 관을 쓴 마왕이 있어요." 하고 아들이 대답한다.
"그건 안개란다."
"아버지, 들리지 않아요? 마왕이 무언가 속삭여요."
"마른 잎의 소리란다. 진정하렴."
"아버지, 보이지 않아요? 마왕의 딸이 있어요."
"보이지만, 저건 버드나무란다."
"아버지, 이제 마왕이 나를 붙잡고 있어요."
슈베르트의 <마왕>. 음악실에 있던 우리는 노래를 배운 뒤 경악했다.
그 구원할 길 없는 절망감과 두려움에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와 닮았다.
그 가곡 속의 아이는 바로 지금의 나다.
마지막에 아이가 어떻게 됐지?
나는 이미 그 대답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