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소설. 내 삶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마왕」이 아니라, 만화 「마왕」이다. 일종의 스핀오프spin-off다. 바꿔 말하자면, 파생작, 번외작, 패러디, 오마쥬라 할 수 있다. 일본에는 이런 게 종종 있는 것 같다. 게임을 가지고 만화를 만들기도 하고, 영화에서 만화가 파생되기도 한다. 요즘엔 잊혔지만, 고전 야설이라 할 수 있는 「금병매」 또한 「수호지」의 스핀오프에 속한다.
이전에 봤던 스핀오프는 「인간실격」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원작도 좋았지만, 이를 마음대로 바꾸고 비틀어서 만든 이토 준지의 「인간실격」도 문학사에 남을만한 역작이었다. 그런 작품을 보고 나서 봤더니, 기대가 높은 만큼 실망했다. 소설만큼의 대작은 아니다.
만화는 원작과 많이 다르다. 일단 주인공이 어려졌다. 학원물로 바뀌어서 등장인물들도 다 학생이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학원물이니까 싸움 장면이 좀 필요하겠지? 라고 생각했는지 킬러도 종종 등장한다. 결과적으로 매우 역동적인 작품이 되어버렸다.
원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문장은 다시 등장한다. 다만 다른 상황에서 다른 인물의 입을 통해서 나온다. 아 여기에 나오는구나? 찾는 맛이 있다.
앞부분은 조금 지루했다. 이미 원작을 통해서 스토리도 알고 있는데다, 어렸을 때나 재미있게 읽었을 학원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고 읽었다. 10권짜리 만화책이지만 굴하지 않고 읽었다. 뒷부분이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원작 「마왕」은 허탈하다. 이누카이라는 매력적인 정치인에 맞서, 형이 대결을 펼치려고 하다 전반부가 끝난다. 이어지는 후반부에는 동생이 나와서 형이 못다 한 대결을 내가 해야지 마음 먹고 끝난다. 만약 이 소설에 2권이 있다면 어떤 대결이 펼쳐질까, 하는 궁금증을 남기고 소설은 급히 마무리된다. 저자 이사카 코타로에게 바쁜 일이 있었을까. 책이 주는 감동의 크기만큼 허탈함도 컸다. 그런데 스핀오프 만화가 있다는 거다. 결말이 나올지도 몰라!! 허겁지겁 구매 버튼을 클릭하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만화에서도 5권까지는 익숙한 이야기다. 6권부터 동생이 각성하고 새로운 뒷 이야기가 펼쳐지는 듯하다. 팝콘을 사놓고 두근두근 마지막 10권을 읽는데!!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질 것처럼 분위기를 잡고, 만화는 마무리된다. 저자 오스가 메구미에게도 바쁜 일이 있었을까.
허탈함까지 제대로 구현해낸 오마주라 할 수 있다.
안 좋은 이야기만 늘어놓은 것 같아서 덧붙이자면, 너무 좋았던 부분도 있다. 바로 초능력. 주인공인 형과 동생은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형은 복화술, 남에게 내가 원하는 말을 할 수 있게 한다. 소설에서는 연설하는 정치인 이누카이에게 이상한 말을 하게 했다. 만화책에서는 훨씬 극적이다.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 적으로부터 달아나기도 한다. 주유소 장면에서는 정말 소름이 돋았다. 동생은 확률을 이긴다. 가위바위보 백전백승. 도박을 하면 당연히 딴다. 만화에서는 도박 외의 다른 선택을 맞추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단순하게 원작 소설을 만화로 옮긴다고 생각하면 나올 수 없는 작품이다. 이 인물이라면 어떤 행동을 할까,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결과로 보인다. 그래서 별점은 3개! 소설에 비하면 박한 평점이지만, 그래도 소설을 읽은 사람에게는 매우매우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