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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수박 같은 시가 한가득

「시박」

by 이태원댄싱머신

18명의 시인들이 시를 보내왔다. 각자의 개성이 고스란히 묻어있어서 상큼한 시부터 어두운 시까지, 수박껍질부터 과육, 씨까지 다 담겨있다. 그리고 독자들을 위해서 시에 대한 설명이나 시를 쓰는 과정, 혹은 시를 쓰면서 떠올렸던 것들까지 함께 담았다. 시와 설명을 같이 읽으면, 고개를 끄덕끄덕 하게된다. 18명의 시인들이 인성에 커다란 하자만 없다면, 한 사람 당 5.555명의 지인들만 책을 한 권씩 사줘도 최소 100권은 팔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다리고 있다. 지인들이여.


일기

난 오늘도
어떤 낯선 풍경을
헤매었나

빗금 그어진 표정을
어루만져줄
손금하나 어디 없나

하루를 견디기 위해
나는
희망의 무게를 생각한다


비의 말투

북 연주 같은 소리에
추억할 수 없는 수들을 세고 말았다

습기 가득한 공기에
복원할 수 없는 향기들을 쫓고 말았다

비의 말투에 감화되어


연약한 말들

감사의 말은 사랑이 아니다
후회가 없다는 말은 희망이 아니다
미안하다는 말은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

한없이 연약한
상처 줄 용기가 없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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