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누구나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김연수의 말을 들어보자. 재미있다. 「제반풍록」을 먼저 인용하고 감상을 덧붙인다.
옛날 어떤 사람이 꿈에 미인을 봤다. 너무도 고운 여인이었으나 얼굴을 반쪽만 드러내어 그 전체를 볼 수가 없었다. 반쪽에 대한 그림움이 쌓여 병이 되었다. 누군가가 그에게 '보지 못한 반쪽은 이미 본 반쪽과 똑같다'고 깨우쳐 주었다. 그 사람은 바로 울결이 풀렸다. _이용휴 「제반풍록」
이제 나는 서른 다섯이 됐다. 앞으로 살 인생은 이미 산 인생과 똑같은 것일까? 깊은 밤, 가끔 누워서 창문으로 스며드는 불빛을 바라보노라면 모든 게 불분명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살아온 절반의 인생도 흐릿해질 때가 많다. 하물며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란. _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나도 서른 다섯살이다. 앞으로의 35년도 이전과 비슷할까. 사실 35년 중 대부분은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를 다니던 어느날 지각을 했다. 나는 그때부터 지각쟁이였는데, 수업이 시작하고 들어가면 혼날까봐 걱정이 되었다. 어머니를 졸라 같이 학교에 가서 선생님에게 잘 이야기해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어머니 손을 잡고 불안불안해하며 교문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지금도 가끔 떠오른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지각을 하면 어머니에게 손을 내밀 수 있었던 시기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