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운전했던 날을 생각하면, 정말 감사하다. 아무런 사고가 나지 않아서 감사하다. 어느 날 회사에서 운전하는 업무를 부여받았다. 운전면허는 있었으니, 알겠다 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운전을... 할 줄 모르는 거나 다름없었다. 운전면허학원에서 배운 게 아니라, 실내운전연습장에서 혼자 아등바등했던 거였기 때문이다. 운전면허 시험은 쉽다고 들었는데, 20만 원이 넘었던 학원비는 부담스러웠고, 단돈 몇만 원으로 배울 수 있다고 하던 실내운전연습장은 합리적으로 보였다. 인터넷 블로그를 참고한 선택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은 지인들의 차를 이용해서 따로 연습을 하기는 했다. 나는 외톨이였기 때문에 혼자 실내연습장에서 오락기 같이 생긴 것으로 연습하고 곧바로 응시했다. 시험은 평일에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연차를 내야 했다. 당연히 탈락. 정지선에 제대로 서지 못했다. 그렇지만 좋은 경험이 되었다. 실제 차량으로 운전을 해봤으니까. 그리고 다시 연차를 내고 2번째 시도를 했다. 출발할 때도, 차선을 바꿀 때도, 멈출 때도, 계속해서 감점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제 하나라도 틀리면 탈락이에요. 라는 말을 들었고, 기적처럼 그 다음부터는 감점을 당하지 않았다. 주차도 처음 해봤는데 완벽하게 해냈다. 채점관도 신기해했다. 합격증을 주면서, 아.. 어떻게 해냈네요... 그도 무척 불안했으리라.
우여곡절을 거쳐 운전면허증은 손에 넣었으나 여전히 시험을 본 것 말고는 운전 경험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회사에서 연수도 시켜준다고 해서 10시간 연수를 받았다. 그리고 출발. 첫 일정이 하남이었다. 내비를 처음으로 켜서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왜 연수를 받았을 때는 내비를 켜보지 않았을까. 후회했으나 정신없이 내비와 함께 움직였다. 첫날은 올림픽대로로 들어가야 하는데 자꾸 실패해서 4번이나 돌아갔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미리 출발해야 정해진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비는 목적지향적이었기 때문에 목적지에 식당이 없으면 식사도 하지 못했다. 가는 중간에 식당이 보이긴 했지만, 바로 핸들을 꺾어서 들어가는 건 엄두를 못 냈다. 며칠을 굶으며 운전을 했고 이제는 곧잘 한다.
그래도 주차는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