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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Oct 18. 2019

사랑도 분노도 아낄 필요없다

아끼다 ㄸ된다

가끔 전문가들도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 과학자도 경제학자도 마찬가지다. 자기 이론에 빠져서 적용할 수 없는 것들을 가져다가 적용시킨다.


에너지도 돈도 시간도 한정된 자원이다. 한 곳에 많이 사용하면 다른 곳에서는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가치가 한정적인 것은 아니다.


케인즈의 제자 데니스 로버트슨은 한 강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설교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그의 임무를 줄이도록 돕는 것이 경제학자에게 주어진 겸허하면서도 종종 달갑지 않은 역할이다.
 _데니스 로버트슨 「경제학자는 무엇을 경제화하는가」 강연 중
우리 경제학자들이 제대로 일한다면 희귀하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원인 사랑을 낭비하지 않는 데 상당히 기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_데니스 로버트슨 「경제학자는 무엇을 경제화하는가」 강연 중


사람들은 때로는 이기심에 때로는 이타심에 의해 행동한다. 누군가를 위한 행동은 가능하면 아껴야 할까.


불매운동


2013년에 남양유업의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우유를 납품하던 편의점에 갑질을 해왔던 사실이 폭로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분노했고, 자신의 취향을 잠시 존중하지 않고 다른 우유를 집어들었다.


2019년에는 일본맥주, 일본여행 등 일본 브랜드와 관련한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민족주의 감정이 기름을 부어서 더 거세게 불타올랐다. 한국과 일본의 극우세력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감정, 한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 좋아하던 일본맥주, 일본여행을 꾸욱 참고 있고, 유니클로 히트텍은 다소 적게 구매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노리지만, 히트텍은 대체제가 마땅치 않다.


하버드대의 총장인 로렌스 서머스는 조찬 기도 중에 (노동력 착취로 생산된 제품의) 불매운동을 비판했다. 경제학자는 이익이 아닌 신념을 위한 소비를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누구나 내면에 많은 이타심을 지니고 있다. 나와 같은 경제학자들은 이타심을 우리가 보존해야 하는 소중하고 드문 재화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기적인 개개인이 모여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가족, 친구, 그리고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사회 문제에 대한 이타심을 아껴둠으로써 보존하는 것이 훨씬 낫다.
 _로렌스 서머스 <하버드 기념교회 조찬 기도> 중


근육


사람들이 이기심만 발휘해도 사회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타심이 작용되는 부분이 줄어드는 게 과연 바람직한 방향일까. 마이클 샌델은 아니라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성은 우리가 실천함으로써 증진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우리는 정당하게 행동함으로써 정당해지고, 절제함으로써 절제하는 사람이 되고, 용감하게 행동함으로써 용감해진다.
 _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이타주의·관용·결속·시민정신은 사용할수록 고갈되는 상품이 아니다. 오히려 운동하면 발달하고 더욱 강해지는 근육에 가깝다.
 _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사랑도 분노도 아낄 필요없다. 선현들의 말이 맞다. 아끼다 ㄸ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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