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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Nov 25. 2019

현실로 내쳐진 둘리

 _최규석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호이!를 외치는 명랑만화 속의 둘리를 기억한다. 열광하며 본 세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TV 속의 둘리와 친구들은 즐거워보였다.



「송곳」으로 유명한 작가 최규석의 충격적인 단편집이다. 정말 놀라웠다.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리얼리즘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취향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둘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단편 만화인데, 명랑만화 속의 둘리는 아니다. 현실의 둘리다.


둘리는 공장에서 일하던 중 손가락 끝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 후 더이상 호이!를 할 수 없다. 또치는 동물원으로 팔려가고, 도우너는 사기꾼이 된다.

동심을 파괴하는 비참한 현실이지만, 그럴듯하다. 주민등록번호도 없는 친구들에게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아무리 고길동이라도 이들은 영원히 돌봐줄 수는 없다.


짧아서 아쉽다. 언젠가 조금 더 길게 각색한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데 아마 다음은 없을 것 같다.


다음에 또 누군가가 둘리를 그리겠다고 한다면
나는 단호히 거절할 것이다.
최규석씨의 "공룡 둘리"는 단 한번의 예외다.
 _김수정 <원작자인 만화가 김수정의 추천사>


★★★★ 동심 완전 파괴. 산산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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