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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Dec 19. 2019

인신공격을 감행하라

 _쇼펜하우어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

제목부터 이상한 책이긴 하다. 그런데 저자가 유명한 사람이어서 샀다. 쇼펜하우어가 설마 책에 똥을 싸지는 않았겠지... 과연 유용한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페미니즘과 관련해서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 나온 기술을 쓸 수는 없었다. 상대방에게 모멸감을 주어서 뭐 하겠나 관대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되지... 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고, 적용이 안 되었다. 피트니스 책을 한 번 읽는다고 바로 적용해서 운동하기 쉽지 않듯이, 능력 부족으로 상대방을 살려 보냈다.


38가지 중 아하! 했던 기술들을 소개한다. 이걸 다 익히면 유시민도 바를 수 있다.


요령1 확대해석하라


요령8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어라


요령12 자신의 주장을 펴는 데 유리한 비유를 재빨리 선택하라

한 사람이 먼저 '그의 신변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라든가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며, 대화 상대방은 그것을 '감금'이라고 표현한다.
논쟁의 모든 요령들 중에서 이 요령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이것은 거의 본능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요령13 상반되는 두 가지 명제를 동시에 제시하여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라

혹은 어떤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자주'라는 말이 나왔다고 치자. 그러면 우리는 상대방의 '자주'라는 말을 '적은 경우들'로 이해해야 하는지 아니면 많은 것으로 이해해야 하는지 묻는다. 그러면 그는 '많은 경우들'이라고 말할 것이다.


요령16 상대의 견해를 역이용하라


요령17 미묘한 차이를 이용하여 방어하라


요령21 상대방의 궤변에는 궤변으로 맞서라


요령22 상대가 억지를 쓴다고 큰소리로 외쳐라


요령23 말싸움을 걸어 상대로 하여금 무리한 말을 하게 하라

그런 다음 우리가 상대방의 과장된 주장을 반박하면 마치 우리가 상대방의 원래의 명제까지도 반박한 것 같이 보일 것이다.
반면에 우리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반박에 자극되어 우리의 명제를 과장된 쪽으로 몰고 가거나 지나치게 확대하는 쪽으로 말려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요령24 거짓 추론과 왜곡을 통해 억지 결론을 끌어내라


요령26 상대방의 논거를 뒤집어라


요령27 상대가 화를 내면 바로 거기에 약점이 있는 것이다


요령28 상대방이 아니라 청중을 설득하라


요령32 상대방의 주장을 증오의 범주 속에 넣어라

"그것은 자연주의요", "그것은 무신론이요", "그것은 합리주의요", "그것은 유심론이요", "그것은 신비주의요" 등등.
이러한 범주는 이미 완전히 반박된 것으로 어떤 참된 말도 담을 수 없다는 것.


요령36 의미 없는 말들을 폭포수처럼 쏟아 내라


마지막 요령 상대가 너무나 우월하면 인신공격을 감행하라


저자는 논리학과 토론술을 구분한다. 객관적인 진리를 찾는 게 논리학이고 토론은 그렇지 않다. 단순한 겨루기다. 그렇기 때문에 이기기 위한 기술이 있다.


그러므로 토론술은 어디에 진실이 있는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것은 검투사가 결투를 초래한 논쟁에서 실제로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다. 칼로 찌르고 방어하는 것, 그것만이 문제일 뿐이다. 이것은 토론술에서도 마찬가지다. 토론술은 정신으로 하는 검술이다.


이걸 적극적으로 써먹으라는 의도는 아니다. 알아야 당하지 않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뿐이다. 알면 무력화할 수 있다. 김어준이 잘 대응하듯이.


그러므로 우리의 의미로 학문적인 토론술은 '논쟁 시의 부정직한 요령들을 설정하여 그것들을 분석하는 것'을 주된 과제로 삼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실제의 논쟁에서 그러한 부정직한 요령들을 금방 알아차리고 그것들을 물리칠 수 있다.


★★★★★ 기술을 알면서 써먹지 않는 것만으로 뭔가 고수가 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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