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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Dec 27. 2019

선거법은 누더기다 공수처법도 누더기다

그리고 누더기는 옳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통과를 앞두고 있다. 어쩌면 양당제에서 다당제로의 역사적인 한 걸음을 목격하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이번에는 실패일 수도 있다) 찬성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간명하다. 국회의원의 비례성, 대표성을 강화하고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척결하는 것이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변명과 말장난으로 이루어졌다. 재미있게도 언론에 자주 소개되는 건 반대의견이다. 정치인을 무턱대고 욕하면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걸 귀신 같이 알아버린 탓이다. 정치 기사는 정치 혐오를 먹고 자란다.


정치 기사는 정치 혐오를 먹고 자란다.


반대하는 논리는 이렇다. 취지에는 공감하나 지금 법안은 이리 바꾸고 저리 바꿔서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이익 때문에 조항을 넣고 빼다 보니 누더기가 되었다는 논리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23일 더불어민주당과 군소 야당이 최종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선거법이 지금 누더기를 넘어 걸레가 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민주당과 범여권 군소야당이 이날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 수정안은 원안인 정의당 심상정 대표안(案)과 비교해 원형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_조선일보 「연동 대상 줄고 석패율제 사라져… 누더기 된 4+1 선거법 수정안」 2019-12-23 기사


며칠 전 조선일보의 기사다. 국회의원의 입을 빌려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법은 측근 비리는 뭉개고 정적(政敵)의 비리는 가차 없이 제거하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_조선일보 「심재철 "무소불위 괴물 탄생 눈 앞… 대한민국 공수처 왕국 될 것"」 2019-12-26 기사


오늘자 기사다. 마찬가지로 국회의원의 입을 빌려서 공수처를 비난하고 있다. 이회창(한나라당)이 공수처를 공약으로 꺼냈고 10년 후에는 이재오(한나라당)가 공수처를 주장했는데, 마치 없었던 이야기처럼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사실상 같은 법안인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논리다.


좋은 제도는 누더기다


좋은 제도는 일반적으로 누더기다. 반대자들의 주장대로 깔끔하게 제도를 구성하면 부작용이 크다. 조세제도로 예를 들어보자. 모두에게 같은 세금을 부과하면 당연히 누군가는 휘청거릴 거다. 그래서 고소득자와 저소득자를 구간별로 나눠서 부과한다. 여기에 배우자나 부양가족이 있다면 공제도 해준다. 소득 외에도 증여나 소비에도 세금을 부과한다. 이런 식으로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효과는 극대화한다. 세밀하게 구성하다 보니 복잡해지고 예외도 많아진다. 그만큼 좋은 조세제도가 된다.


선거제를 이야기 해보자. 한 동네에서 깔끔하게 한 명만 뽑는다고 해보자. 우리나라 정치지형의 특징, 소선거구제와 지역주의의 결합이다. 그러면 지역에서 사실상 경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호남지역에서는 호남 기반 정당이 영남지역에서는 영남 기반 정당이 당선된다. 실제 국민들의 정치성향을 반영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비례대표를 늘릴 수도 있고, 중선거구제로 경쟁이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고, 석패율제를 운영할 수도 있다. 문제점을 보완하면 할수록 조항이 늘어나고 전형이 늘어난다.


공수처법도 그렇다. 누가 임명하는지, 대상을 누구로 할지, 기소권은 누가 가질지, 그 과정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여러가지 방안이 가능하다. 그래서 문구 하나 수정하는 게 전쟁이다. 단서 조항이 붙고, 예외가 생기고, 사람들은 울고 웃는다.


제도를 구성하는 과정은 누더기를 만드는 과정과 같다. 현실을 고려해서 이상을 반영하려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야기 나올정도로 정교하게 짜야한다. 누더기를 가지고 누더기라고 욕하는 건, 정치혐오다. 정치혐오에 기생하는 언론을 발견했다.


흙먼지를 몰고 온 맵찬 바람 앞에서 한 점 인정을 아쉬워하며
누더기 한 자락으로 바람을 가리고
그대를 이 세상 한복판에 밝히는 뜻은
개를 그려놓고 소라고 우기는 생각들을 불태우기 위해서이다.
 _한승원 「촛불 연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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