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어떻게 될까
학벌은 또한 경제학에서 말하는 위치재(psitional goods)라는 성격을 지닌다. 위치재의 경우에는 그 재화가 주는 절대적인 만족이나 쓸모보다도 전체 재화의 서열 속에서 어디에 위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사람들이 서울대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시설이 더 훌륭하거나 교수들이 더 잘 가르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름 아닌 '서울대학교'이기 때문이다. 즉, 특정 대학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울 수 있는가보다는 그 대학이 전체 대학서열에서 몇번째에 자리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_김상곤 외 「경제학자, 교육혁신을 말하다」
‘고졸’은 낙인이다.
“점심시간이면 고졸과 대졸 출신들이 나뉘어서 따로 밥을 먹었어요. 구내식당에 대졸자들끼리만 몰려 앉는 구역이 있었거든요. 함께 앉아 어울리며 밥 먹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괜히 그쪽으로 갔다가 무슨 소리라도 들을까 눈치가 보여 저도 고졸 동기들하고만 밥을 먹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유리천장’이 가시적 여성 차별의 장벽으로 치솟듯, 눈에 보이지 않게 둘러쳐진 ‘고졸 존(zone)’이 고졸 노동자들을 배제와 구별의 동심원 안에 가둔다.
최윤수(21·가명)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마이스터고등학교 금형제작과에 진학했다. 지난해 졸업 직후 경북 경산에 있는 삼성전자 1차 협력기업에 공채로 취직했다. 그는 금형을 점검하고 수리하는 부서에 배속됐다.
_한겨레 「그 친구와 넌 학력이 달라」 2015-10-14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