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함

by 이태원댄싱머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잘 듣고 나서,


'차를 샀어? 집을 샀구나? 좋겠다. 나도 하나 마련해서 이쁘게 꾸미고 싶다. 인테리어는 직접 했어?'


열심히 물어보고, 즐거워하고, 축하하고, 부러워한 다음에,


그 다음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보고싶었어~' 하는 것.


'나는 이제까지 차도 하나 못 사고... 전세집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하면서 아까 헤어진 친구의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그 이야기들을 잃어버리는 것.


그게 단단함이다.


그러니까 단단함은 해마와 관련이 있는 셈이다. 기억력이 나쁜 게 단단한 거다. 생각이 많고 기억력도 좋은 사람은 단단하기 쉽지 않다.




비슷한 이야기로, 과거 기억을 떠올리는 능력은 감정 그리고 자존감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우리 뇌의 기억을 관장하는 영역인 해마와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핵이 서로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플 때는 슬픈 사건 위주로 기억이 나고, 억울할 때는 과거의 기억 중 억울한 일만 떠올리게 된다.
여기에 중요한 힌트가 있다. 어떤 경험 때문에 괴로움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감정적인 문제를 겪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나쁜 기억 때문에 우울한 게 아니라, 우울하기 때문에 나쁜 기억만 붙잡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사람은 당연히 자존감도 떨어진다.
_윤홍균 「자존감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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