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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an 30. 2020

복잡미묘한 퇴근

베트남 유튜브

퇴근시켜주기 영상이 있다. 아직 컨텐츠가 많지는 않지만, 요즘 늘어나기 시작한 것 같다. 비슷한 영상 중에 하울이 있다. 하울은 아주 흔하다. 유튜버가 자기 돈으로 사고 싶은 걸 마구 사들인 후 자랑하는 영상이다. 나 이렇게 비싸고 힙한 걸 다 샀다, 자랑하면 사람들은 그걸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곤 한다. 주로 명품을 하울한다.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1~2천 이상을 쓴다. 하울링이 단순한 대리만족이라고 하면, 퇴근시켜주기는 조금 더 복잡미묘하다.



오렌지 영상과 수박 영상이 있는데. 오렌지는 비교적 보기 편했다. 길가에 잠자던 아저씨를 깨워 오렌지를 다 사고 근처 보육원에 전달하는 거다.  오렌지 아저씨는 신이 나서 달리고 보육원 선생님들도 열심히 무게를 잰다.



반면 수박 영상은 불편한 지점이 있다. 수박을 다사서 아저씨 퇴근시키고 가까운 마을에 가서 집집마다 하나씩 나눠준다. 아이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주민들은 고맙다며 받는다.


네 가지 시선이 있을 수 있다.


1. 좋은데 돈 쓰는 건데 뭐가 문제냐... 하는 입장이다.


주시청자층은 아마 이런 분들일 거다. 긍정적인 분들이니 계속 그 마음 변치 않길 빈다. 단순한 자랑인 하울에 비해 공익적인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니 일리가 있는 입장이다.


2. 쇼다. 이건 다 유튜브 구독자 늘리려는 꼼수지. 진짜 천사가 아니다. 진짜 천사면 몰래 했을 거다... 하는 입장이다.


물론 진짜 천사면 날개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근대로 넘어오면서 이제는 쇼와 진짜 사이의 벽은 무너졌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 빵 제조업자들의 박애심 때문이 아니라 자기 이익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_애덤 스미스 「국부론」
개인은 오직 자신의 이득을 추구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증진시키게 된다.
 _애덤 스미스 「국부론」


개인들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쇼를 하고, 그게 모여서 사회적인 선을 만들어 낸다. 공리주의가 나타나고 이제 도덕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에서 찾는다.


3. 가난한 사람들을 구경거리로 만든다... 하는 입장이다.


이건 2번과 비슷한 느낌이 들 수 있겠지만 다르다. 부유한 미국 사람이 한국의 영등포 쪽방에 찾아가 쌀과 김치를 나눠주면서 두유라이크 김치 외치고 쪽방촌 사람들을 찍어서 올린다고 해보자. 조금전까지 1번 입장을 고수했던 사람들도 정신 번쩍 차리게 된다. 예전에는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했고, 요즘에는 빈곤 포르노라고 말한다. 역시 자극적인 이름이 입에 촥촥 붙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카메라 안에서 타자화된다. 우리와 다른 사람이 되고 도와줘야 할 대상이 되어 버린다. 이명박이 서울시장 때, 청계천에 공원 만든다고 상인들을 쓸어버렸고, 용산에 빌딩 짓는다고 철거민을 청소해버렸다. 살아있는 사람을 깔끔하게 정리해버리는 사건의 범인은 이명박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범인이다.


4. 과일이 진짜 저렴하다... 하는 입장이다.


보이는 걸 다 사도 몇만 원이면 된다. 베트남에만 있어서 처음 보는 과일도 있고, 중국에서 먹어본 과일도 있는데 전부 저렴하다. 과일을 사랑하는 사람 입장에서 참기 힘들다. 가장 먹고 싶은 건 망고다. 중국에서는 큐브 모양으로 망고를 잘라주는데, 베트남은 크게 자른다고 한다.


나는 4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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