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머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Feb 15. 2020

반려인간실격

 _다자이 오사무 「개를 키우는 이야기」

희극일까, 비극일까 두근두근 하며 읽었지만, 결국엔 웃게 된다.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사람들은 이 글을 어떻게 읽었을까. 단순히 유머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재미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썼다고 했다면, 더 가벼운 마음으로 접했을 거다. 그런데 나는 이미 「인간실격」을 읽었고, 다자이 오사무가 어떤 사람인지 대략 알고 있다. 그래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읽었다.



제목처럼 개에 대한 이야기다. 개를 두려워하고 싫어하는데 개가 주인공을 따른다.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을 다자이 오사무 느낌대로 썼다.


나는 개에 대해서는 어떤 확신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는 반드시 물리고야 말리라는 믿음이다. 나는 틀림없이 물리고 말 것이다. 그렇게 물릴 것이라는 확신을 나는 가지고 있다.


개를 이렇게 두려워한다. 그래서 길에서 동네에서 개를 만나면 물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마땅한 방법이 없다.


그러다가 매우 졸렬한 방법 하나를 고안해냈다. 궁여지책이다. 개를 만나면 우선 만면에 미소를 띠며 '나는 너를 해치려는 마음이 전혀 없다'라는 것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렇게 개에게 물리지 않기 노력하다가 생각도 못한 반응을 접한다.


개의 심리는 전혀 헤아리지도 못한 채 그렇게 적당히 개의 기분을 맞추며 지내던 나에게 뜻밖의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개들이 나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개들이 꼬리를 흔들며 내 뒤를 우르르 따라온다.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분명 유머스러운 상황인데, 저자가 다자이 오사무다 보니, 자꾸 비극을 상상하게 된다. 문체는 딱 「인간실격」 문체다.


나중에는 심지어 유기견 한 마리를 집에서 기르게 된다. 어쩌다 주인공을 따라온 강아지를 먹이다 보니 가족이 된 것이다. 강아지는 주인공만 졸졸 따라다니고, 당연히 주인공은 난감해 한다.


아내는 포치를 별로 문제 삼으려 하지 않는다. 데려가도 그만 안 데려가도 그만인 것이다.
"안 돼. 난 포치가 귀여워서 기르고 있는 게 아냐. 개한테 잘못 보여 복수라도 당할까봐 그게 겁이 나서 할 수 없이 집에 놔두고 있는 거야. 당신은 이해가 잘 안 되는 모양이지?"
"하지만 당신은 포치가 안 보이면 포치 어디 간 거냐며 소란을 부리잖아요?"
"개가 보이지 않으면 그럴수록 기분이 나빠지기 때문에 그런 거야. 나 몰래 뒷구멍에서 동지들을 규합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놈은 내가 절 무시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거야. 개들은 복수심이 강하다는 말 들은 적도 있다구."


희극일까, 비극일까 두근두근 하며 읽었지만, 결국엔 웃게 된다.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 다자이 오사무가 썼다고 하면 유머도 유머로 안보이네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시작이 위대한 결과를 만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