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다자이 오사무 「개를 키우는 이야기」
나는 개에 대해서는 어떤 확신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는 반드시 물리고야 말리라는 믿음이다. 나는 틀림없이 물리고 말 것이다. 그렇게 물릴 것이라는 확신을 나는 가지고 있다.
그러다가 매우 졸렬한 방법 하나를 고안해냈다. 궁여지책이다. 개를 만나면 우선 만면에 미소를 띠며 '나는 너를 해치려는 마음이 전혀 없다'라는 것을 보여주기로 했다.
개의 심리는 전혀 헤아리지도 못한 채 그렇게 적당히 개의 기분을 맞추며 지내던 나에게 뜻밖의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개들이 나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개들이 꼬리를 흔들며 내 뒤를 우르르 따라온다.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아내는 포치를 별로 문제 삼으려 하지 않는다. 데려가도 그만 안 데려가도 그만인 것이다.
"안 돼. 난 포치가 귀여워서 기르고 있는 게 아냐. 개한테 잘못 보여 복수라도 당할까봐 그게 겁이 나서 할 수 없이 집에 놔두고 있는 거야. 당신은 이해가 잘 안 되는 모양이지?"
"하지만 당신은 포치가 안 보이면 포치 어디 간 거냐며 소란을 부리잖아요?"
"개가 보이지 않으면 그럴수록 기분이 나빠지기 때문에 그런 거야. 나 몰래 뒷구멍에서 동지들을 규합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놈은 내가 절 무시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거야. 개들은 복수심이 강하다는 말 들은 적도 있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