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요시모토 바나나 「바나나 키친」
그날 아침에 한국 친구가 보내 준 엄청난 양의 김치와 한국 김이 배달되었다.
평소 사람들을 상담해 주는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인데, 전화가 너머로 들려온 것은 평범한 한국 '엄마'의 목소리였다.
"좀 시다 싶으면 찌개 끓여 먹어. 두부만 넣고."
두부가 없어서 중국식 장국에 배추김치와 홍당무와 한국 김을 넣어 부글부글 끓였다.
고치에 갔을 때 일이다. 여관 매점에서 큼지막하고 달아보이는 수박을 팔기에 군침을 삼키며 쳐다보고 있었더니, 여관 언니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사시면, 저녁 식사 때 디저트로 준비해 드릴게요."라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달고 맛있어서 모두 열심히 먹었는데도 절반이나 남았다. 여관 사람이 "아까우니까 가져가세요. 우리 여관의 자랑이거든요." 하며 수북한 얼음과 함께 비닐 주머니에 담아 차에 실어 주었다. 점심 때도 먹었지만 그래도 남아서 다음 여관에 사정 얘기를 했더니, 그 여관에서도 저녁 식사의 마지막에 자른 수박에 나왔다.
고치 사람들의 친절한 마음씨 덕에 손에서 손으로 이어진 수박의 신선한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거 진통과 비슷한데, 그래도 진통만큼은 아니지.'라고 생각하며 꽤 아팠는데도 견뎌 냈다. 아직 경험이 없지만 위경련 역시 견뎌 낼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강하다!
남자인 그 친구는 "아윽, 구급차 부르고 싶다! 어떻게 하지." 하며 엄살을 떨었다. 후후후.
그리고 정말 말하기 민망한데, 며칠 후 화장실에서 '어라! 내가 당면을 먹었나?' 하고 의심할 만한 것이 나왔다. 당면이라면 소화되었을 텐데, 하고 생각하다가 깨달았다.
'벌레가 관통한 거잖아! 내 몸을!' 생각했다. 아, 충격적인 체험이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내가 이겼어! 벌레의 공격을 이겨 내고 살았어!' 하고 생각했다. 바보스럽지만, 원초적인 기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