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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pr 04. 2020

발로 쓴 글을 손으로 옮긴다

_가와사키 쇼헤이 「리뷰 쓰는 법」

처음 읽었을 때는 감흥이 없었다. 어마어마한 팁은 없다. 구체적인 팁도 없다. 비평하는 사람의 자세를 다룰 뿐이다. 다른 책이었다면 그냥 덮었겠지만, 워낙 좋아하는 출판사의 책이다. 종이도 재생지여서 넘기는 맛이 있다. 다시 펼치고 한장 한장 읽다보니 되새길 만한 책이었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제한다

대립하는 의견을 상정한다

비평하기에 앞서 모르는 세계를 조사한다

독자의 독해력을 높이 상정한다

긍정적인 점을 전달하려면 부정적인 요소를 먼저 강조하자

‘나’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철저하게 관찰한다

‘나’를 매몰시키지 않도록 쓴다

‘재미없다’고 쓰지 않는다

‘재미있다’고 쓰지 않는다

타인의 글에서 배운다

다 쓴 글을 천천히 읽는다

퇴고는 다 쓰고 나서

글은 정해진 시간 안에 고쳐 쓴다


책의 목차 중에서 의미 있는 부분을 옮겨보았다. 저자의 조언을 기억하며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려고 한다.


‘재미없다’고 쓰지 않는다

‘재미있다’고 쓰지 않는다


표지를 보고 일단 대책없이 책을 사들이니 집이 책으로 가득하다. 뒤늦게 대책을 찾다가 도저히 방법이 없으면 읽어야 한다. 그래서 마음에 안 드는 책들도 많다. 마음에 안 들어도 독후감을 쓰는데, 대부분 재미없다로 시작해서 재미없다로 끝나는 대책없는 리뷰다. 이제는 저자 말대로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려고 한다.


우선 첫 번째 이유로 '어떻게 재미가 없었는지, 무엇이 재미없었는지, 왜 재미없었는지'라는 의문에 기껏 '재미없다'라고밖에 답하지 못한다면 옹색한 일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틀에 박힌 표현은 글쓴이가 대상 관찰을 게을리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잘 관찰하고 잘 분석하고 잘 생각하면 어떤 대상이라도 '재미없다'는 한마디로 정리될 리 없습니다.


맞는 말이다. 재미가 없는 이유가 있을 거다. 잘 찾아보자.


다 쓴 글을 천천히 읽는다

퇴고는 다 쓰고 나서


원래 일기를 쓰던 사람들은 아마 나처럼 형편없지는 않을 거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는데, 그게 내 작가 인생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다. (물론 비정기적으로 독립서적을 내기는 했지만) 삼십년 넘게 차곡차곡 쌓아놓은 생각들을 처음으로 꺼내기 시작하니, 다이어트 후 폭식 하듯이, 손으로 먹는지 발로 쓰는지 모르고, 정신없이 쓰기에 바빴다. 저자 말대로, 이제는 그동안 발로 썼던 글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손으로 옮겨 써보려고 한다.


그러나 글을 쓰는 도중에 불안을 느낀다고 해서 바로바로 고쳐 쓴다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문장은 구조로서는 언어의 집합체이지만, 단지 언어가 모였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글의 윤곽이나 짜임새는 글을 통째로 볼 때만 보입니다. 작은 디테일이나 짧은 말 한마디에 위화감이나 반성하는 마음이 생기더라도 마음을 굳게 먹고 계속 써 나가야 합니다. 그 시점에서 하나하나 수정한다면 글 전체의 전경을 보기 어렵고, 글쓴이가 헤매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 글발이 느려지고 둔해집니다.



아무 생각없이 발을 놀려왔는데, 이게 맞다고 한다. 일단 멈추지 말고 쓰고, 나중에 퇴고해야, 전체적으로 볼 수 있고, 전체적으로 고칠 수 있다.


★★★★★ 두 번 읽어보니 괜찮은 책. 내 글도 다시 한 번 읽어봐야지.




좋아하는 출판사1 :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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