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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May 26. 2020

꽃집으로 쳐들어가라

쌈장에 빠졌다. 다진 마늘과 함께 하는 쌈장에 완전 빠졌다. 매일 퇴근하면 쌈장에 밥을 먹는다. 재료는 간단하다. 그냥 쌈장 제일 작은 걸 산다. 그리고 마늘을 다진다. 탁탁탁탁. 한 달 동안 마늘만 다졌더니 이제는 제법 잘 다진다. 쌈장과 마늘의 비율은 2:1 정도. 섞으면 준비 끝이다.


얼마전까지 오이고추랑 먹었고 어제부터는 쌈배추랑 먹는다. 삼겹살을 구울 때도 있다. 야채와 고기는 신선한 이마트에서 샀다. 맛있다.


이렇게 매일 같이 쌈장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오늘 냉장고를 열어보니 쌈장이 없다. 생각해보니 어제 다 먹고 통도 씻어서 분리수거 했다. 부랴부랴 집 앞 마트에 가서 쌈장을 하나 사왔다. 위잉 하는 소리에 핸드폰을 보니 뭐가 하나 떠있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금액 및 잔액 안내


맞다. 어제 신청했다. 생각도 못했는데 정부지원금으로 결제되었다니 기분이 좋다. 겨우 1300원이지만 (엥 여기 마트 비싸네?) 정부의 정책을 직접적으로 체감하니 정치효능감이 쑥쑥 오르는 기분이다.


즉, 이른바 '자기 효능감'을 느껴야만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에 뛰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기 효능감은 개인이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여기는 자신감의 수준인데, 자기 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그것을 피해야 하는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정복해야 할 흥미로운 도전으로 여긴다.
이 개념에서 비롯된 '정치 효능감', 즉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면 뭔가를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을 청년들에게 주기 위해선 작은 승리나 성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_강준만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


꽃집으로 쳐들어가라


새로 계약한 서점 옆에 꽃집이 있다. 서점 공간을 청소하고 준비하느라 왔다갔다 하다보니 꽃집 앞을 자주 지나가게 된다. 오늘도 꽃집을 지나가는데, 여기를 그냥 지나갈 수 없지, 라고 내가 생각하고 있다고, 여자친구가 말했다. 그렇다면 여기를 그냥 지나갈 수 없지. 마침 카드를 가져오지 않아서 여자친구의 카드에 손을 댔다. 말리기 좋은 작고 귀여운 장미와 다른 초록이들을 모아서, 비율은 2:1 정도, 다발을 하나 만들었다.


자기 사주는 꽃을 자기 카드로 긁은 거냐고, 여자친구는 황당해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어차피 정부에서 지원하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결제되었기 때문이다. 현 청와대에서 적극 추진해서 시행한 정책이니, 문재인 대통령이 사준 거라고 볼 수도 있다. 아니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니, 우리 모두가 함께 사준 셈이다.


쓰다 보니 글이 똥글이 되었다. 글이 어찌 저자만의 것인가. 글은 독자가 완성시킨다. 이건 우리 모두의 똥글인 셈이다.


독자의 탄생은 저자의 죽음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_롤랑 바르트 「텍스트의 즐거움」


정부가 사준 쌈장 와구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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