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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n 06. 2020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_윤성근 「작은 책방 꾸리는 법」

유유출판사 책에는 없는 유머와 위트가 이 책에 있다. 작가와 독자가 모두 책덕후로 이루어진 유유출판사의 세계에 느닷없이 등장한 외계인이다. 유유출판사의 책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의 분야를 설명한다. 그래서 해당 분야에 관심이 없다면 쉽게 흥미를 잃고 책을 덮을 수 있다. 이 책도 서점을 오래 운영한 저자의 이야기지만, 서점을 운영할 계획이 없더라도 깔깔 웃으며 읽을 수 있다. 라고 적기는 했지만, 내가 서점을 준비하고 있어서 더 재미있게 느껴졌는지는 모른다. 암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는 헌책방을 운영한다. 당연히 책을 좋아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것도 같지만 어쩐 일인지 학교 공부는 잘하지 못했다. 어른들은 이 녀석이 책을 좋아하니까 공부도 잘할 거라 믿었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저자는 책방을 나름의 방식으로 홍보하는데, 그 컨셉과 방향이 아주 압권이다.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한 것이다. 예산이 부족해서 역세권도 아닌 골목골목을 누벼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지하고, 간판도 없다. 찾기 어렵다는 단점을 저자는 책방의 장점이나 컨셉으로 둔갑시켰다.


지하 매장과 앨리스의 토끼굴 이야기를 결합했더니 효과는 만점이었다. 꾸준히 홍보했더니 머지않아 '앨리스 책방'으로 소문이 돌았다. 매장까지 들어오는 지하 계단이 많다는 것도 이럴 땐 장점이 됐다. 입구에 닿기까지 조명은 조금 어둡게 하고 벽과 천장에 재미있는 포스터와 사진을 배치해 굴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고 문을 열면 반대로 밝고 아기자기한 소품이 한눈에 보이도록 연출했다. 점점 입소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나중엔 신문, 잡지 그리고 텔레비전 뉴스에도 소개될 정도로 지하라는 단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탈바꿈했다.


책방의 이름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다. 주인부터 인테리어, 매장 위치, 이름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주인도 자기 책방을 잘 못 찾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마찬가지로 오래 헤맨다. 저자가 할 수 있는 건, 칭찬하는 것뿐이다.


그러면서 글 마지막에 "자신 있는 사람은 이 책방 한번 찾아봐라,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간판도 없다."라는 말을 덧붙여 놓았다. 아래를 보니 이미 댓글이 많이 달렸다. 다들 거기가 어디냐, 나도 찾아가 보고 싶다, 책방 찾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등의 재미있는 의견들이었다. 실제로 그런 도전 의식으로 책방을 방문했던 손님이 적지 않다. 나는 그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불편함이 도전의식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내가 일하게 될 서점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책을 골라 놓을까. 저자도 간판을 만들기 전에 돈이 다 떨어져서 간판을 못했다고 했는데, 나도 예산 때문에 책을 많이 못 구비할 것 같다. 지금 출판사와 인디펍에 이메일을 보내고 있는 중인데, 일반서적과 독립서적이 많아야 각각 10종 정도 될 것 같다. 일단 책을 받은 다음, 팔리고 나서 돈을 주는 갑질은 대형서점만 가능한다. 동네서점은 미리 출판사에 돈을 주고 사와야 한다. 반품도 안 된다.


이걸 장점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좋겠다.


서점에서 일하는 일꾼이 사실상 책방의 매력을 결정한다고 한다. 책임감을 느끼고 긴장이 된다.


작은 책방도 마찬가지다. 거기서 일하는 일꾼이 가진 태도와 행동, 말투 등이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 손님을 오게 할 수 없고, 오더라도 나중에 또다시 방문할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작은 책방의 매력, 그것은 곧 책방에서 일하는 일꾼의 매력과 이어져 있다.



★★★★★ 재미있다. 서점이 망하면 작가 하면 되겠다




좋아하는 출판사1 :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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