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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ug 08. 2020

서울 부동산 가격이 비싸다?

정말 비싼가?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 결론을 슬쩍 흘리자면,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주장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서울의 아파트, 서울의 부동산이 너무 비싸다! 많이 나오는 이야기다. 하지만 비싸다는 이야기를 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 싸다 비싸다를 나눌 수 있을까.


외국


일단 외국의 부동산 가격을 생각해보자. 서울 보다 훨씬 작지만, 그래도 나름 유명한 도시들을 생각해보자. 뉴욕, 파리, 런던, 홍콩. 하나같이 부동산 가격이 어마어마한 곳이다. 서울은 여기에 비하면 그린벨트다. 다른 도시와 비교해서는 서울의 부동산 가격을 비싸다고 말하기 어렵다.


평생


서울의 아파트는 평생 일해도 살 수 없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람보르기니를 평생 벌어서 사지 못한다고 해서, 어떤 문제가 있을까. 평생 일하면 누구나 서울의 아파트를 살 수 있어야 할까. 일단, 월급을 모아서 부동산을 구매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는 통계마다 약간 다르다.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 수준이 높은지 낮은지를 판단하기 위해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 비율(PIR·Price to Income Ratio)’ 지표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도 한다.
세계 국가와 도시의 비교 통계 정보를 제공하는 넘베오(NUMBEO)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280개 도시 가운데 소득대비 부동산 가격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중국 베이징으로 42.2배를 기록했다.
소득대비 부동산 가격 비율은 가구의 소득수준에 비교해 주택가격이 적정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42이면 42년 동안 소득을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베이징에 이어 중국 선전(39.4배), 홍콩(39.1배), 중국 상하이(37.3배) 등 중국 주요 도시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또 베트남 하노이(35.5배), 인도 뭄바이(39.6배), 태국 방콕(21.7배), 이탈리아 로마(20.5배), 대만 타이베이(19.8배) 등도 서울보다 높았다.
일본 도쿄는 17.7배로 30위를 기록했고, 한국 서울은 17.4배로 34위를 차지했다. ...
유안타증권 정원일 연구원은 “전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34위에 해당하는 수준은 높다고 느낄수도 있고 낮다고 느낄수도 있지만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높지는 않다는 것”이라며 “서울 보다 PIR이 높은 도시로 베이징, 상하이, 방콕, 런던, 로마, 모스크바, 상파울루 등이 포함돼 있어 서울의 주택가격이 체감상은 높지만 과도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_조선일보 「서울 집값, 도쿄나 베이징보다 비싼가?」 2017-08-27 기사


위 기사에서는 서울에서 주택을 사려면 17년 걸린다고 한다. 부동산 가격이 싼지 비싼지를 따지기 위해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 비율을 활용했다. 부동산 가격을 체크하는 방법은 다양하고, 그 방식에 따라 서울의 순위는 오르락내리락 한다.


비교 대상에 따라 서울의 부동산은 비쌀 수도 있고 쌀 수도 있다. 기준을 어디로 정하느냐에 좌우되는 문제다. 

그렇다면 서울의 부동산 가격에 문제 없다는 말인가? 문제다. 하지만 가격이 비싼 게 문제는 아니다. 간단한 비유를 들어보겠다.



어느 날 똥당이라는 정당이 정권을 잡아서 똥을 싸면 10만 원을 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사람들은 밥 먹고 똥만 쌀 거다. 하루에 한 번만 싸도 월 300은 들어온다. 자기소개서에 똥 같은 이야기를 쓸 필요도 없고, 영어로 똥 이야기할 것도 없으니 토익도 필요없다. 맛있는 음식 많이 먹고 운동하고 잘 쉬면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된다.


그런데 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업에서는 영어 잘 하고, 엑셀 잘 하는 인재를 구하기가 어렵다. 사람들이 다 화장실에 가 있기 때문에 기다리는 줄도 너무 길다. 사람들이 길거리에 똥을 싸니, 환경미화의 임계치를 넘어서 길거리가 똥천지가 되었다. 할아버지도 하이힐을 신어야 할 정도다.


그래서 하이힐당이라는 새로운 정당이 정권을 잡았다. 이번에는 똥을 싸면 세금으로 1만원씩 내게 했다. 화장실도 증설하고, 상하수도 체계도 정비해야 하고, 길거리를 다시 복원하고 환경미화하는데,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대응도 바로 바뀌었다. 매일 가던 사람은 이틀에 한번 가고, 사흘에 한 번 가던 사람은 일주일을 참았다. 소식이 재테크 수단이 되었다. 먹은 것에 비해 화장실을 적게 가는 팁을 온라인 상에서 공유하고, 변비인 사람은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해 며칠이나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흘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정책에 반응해서 행동을 수정한다.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정치인은 정책을 수정해 다시 집행한다. 사람들은 다시 영향을 받고, 정책도 계속 수정된다. 만약 국민들의 변비 문제가 심각해진다면, 똥세금을 없애는 게 좋을지 존치하는 게 좋을지 손석희가 JTBC 토론에서 엄격하고 진지하게 토론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비유는 여기까지 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보자.


노동


아침 일찍 천근만근의 몸을 이끌고 출근해서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 엑셀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짬짬이 공부도 해서 업무 역량을 강화한다. 야근도 하고 주말 출근도 해가면서 직장인은 변비와 3000만원을 얻는다. 노동으로 인한 수익이다.


자본


갭투자를 해도 수익이 난다. 적은 돈만 있어도 집 가격의 대부분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전세자금대출이라는 이름으로 투자금은 정부에서 출발해 세입자를 지나고 결국 집주인에게 안착한다. 3000만원은 우습게 오른다. 한달만에 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일주일만에 오르기도 한다. 적당히 오르면 팔아서 시세차익을 챙긴다.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지만 수익은 생겨났다. 경제학적으로는 지대라 부른다. 자산의 가격차에서 만들어진 수익이다.


불로소득


이렇게 상반되는 두 가지 수익 앞에서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자산을 사고 팔면서 얻는 수익이 훨씬 더 크고 아름답다. 너도나도 빚내서 부동산 광풍에 뛰어드는 게 합리적인 선택인 것이다. 이게 바람직하다면 정부는 계속 이 시스템을 유지하면 된다. 혹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부동산 투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면, 착실히 일을 하고 혁신하고 성장하는 직장인들이 적어질 거라고 걱정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책을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노동의 대가로 받았던 월급의 많은 부분을 세금으로 떼어갔다면, 이를 확 줄여준다. 그리고 부동산을 사고 팔면서 얻은 수익이 과도하다면, 세금을 걷는다. 조세와 규제를 통해서 노동 수익과 자본 수익의 격차를 일부 보완해주는 것이다.


다시 처음 했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부동산 가격이 비싼 것이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것이 문제다. 그로 인해서 노동의 가치가 더럽혀지는 게 문제라 할 수 있다.


부동산이 서울 아파트 가격처럼 급속하게 상승하면, 여기서 발생한 시세차익이 먹구름처럼 노동과 혁신과 성장을 모두 덮어버린다. 노동자는 어쩔 수 없이 노동을 하는 신세고, 언제가 건물주가 되기만을 꿈꾼다. 이러한 욕망의 방향을 바꾸려면, 조세와 규제를 통해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 속도를 늦춰야 한다.


서울이 똥에 잠식되지 않으려면, 하이힐만 신는다고 해결될 것이 아니다. 똥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


#주호영23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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