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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ug 19. 2020

지하철

나는 돌아다니는 일을 한다. 주로 경기도를 이리저리 운전해 다니고, 가끔 서울에서 움직이면 지하철을 탄다. 동료들은 대부분 운전을 좋아한다. 여름에도 시원하게 다닐 수 있고, 겨울에도 따뜻하게 있을 수 있을뿐더러, 몸도 편하다는 것이다.

지하철

나는 지하철을 선호한다. 운전할 때는 하지 못하는 걸 할 수 있다. 하나는 꾸벅꾸벅 졸기, 다른 하나는 독서다. 이상하게 편안하고 잠이 잘 오는 공간이 지하철이다. 집에서는 어깨가 결려서 잠을 설치기도 하는데, 지하철에서만큼은 어깨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머리를 흔든다. 둘 다 운전할 때 하면 큰일 난다.

집중도 잘 된다. 쉽고 재미있는 책이라면 어디에서든 잘 읽을 수 있지만, 조금 지루하고 어려운 책이라면, 나는 지하철에서 읽는다. 적당한 주기로 반복되는 진동이 안정감을 주는지, 별 거부감 없이 머리 아픈 책을 읽을 수 있다. 물론 그 안정감 때문에 졸기도 한다. 졸다 읽다 졸다 읽다를 반복한다.

얇은 책을 가져온 날에는 하루 만에 다 읽기도 한다. 왔다갔다 하면서 절반 읽고, 점심시간에 밥은 대충 때우고 책 읽고, 퇴근길에 카페 들러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 넣는다.

냉장고

지하철 탈 때보다 운전하는 날이 더 많아서 조금 아쉬웠다. 책을 덜 읽으니까. 그런데 요즘에는 이것도 감사하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한창일 때 운전을 하다 보니,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도, 만나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 게다가 나는 과일을 좋아하니, 바나나, 사과, 감, 귤, 오이, 파프리카 등을 사서 냉장고에, 아니 자동차에 마구 채워넣고 먹으면서 운전했다. 그렇게 남는 시간에는 독서독서.

K5

얼마 전에 회사차가 바뀌었는데, 새로운 기능이 탑제되어 있어서 신기하다. 다른 기능도 많지만, 크루즈가 가장 놀랍다. 엑셀을 밟지 않아도 손가락으로 운전이 가능하다니. 핸들 옆에 있는 작은 스위치를 손가락으로 눌러서 속도를 조정하는 기능을 크루즈라 말한다.

앞차와의 간격이 좁혀지면 알아서 속도를 줄인다고 설명서에 나와있지만, 시도는 못해봤다. 겁이 많아서 앞차와의 간격을 충분히 띄운다.

부산

며칠 전에 부산 출장을 다녀왔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운전을 해서 4시간 이상 걸렸다. 전라도든 경상도든 장거리 출장을 다녀오면 항상 느끼는 게 있다. 도착해서 몸을 일으키명, 온몸에 피로 덩어리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기분. 이번에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남이 운전해준 차를 탄 것처럼, 가뿐하게 내렸다.

그래서 이제는 둘 다 좋다. 운전을 하면 크루즈 기능이 편하고, 과일도 먹으면서 다닐 수 있고, 지하철을 타면 책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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