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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Oct 05. 2020

쉬운데 어려운 괴물이야기

 _만두소년 「괴물주사기」

이야기는 한 작가의 죽음을 보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한 작가는 오랜기간 무명과 가난으로 허덕이고 있었으나, 아픈 아이의 이야기로 일약 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사실 그는 아이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뚜둥 반전, 아이를 이용해서 돈을 벌려고 했던 사실이 들통나 일약 욕잡이가 되었다. 그리고 주변인물을 인터뷰를 하는데, 뚜둥 반전, 그리고 그 사람이 갑자기, 뚜둥 반전, 그런데 알고 보니, 뚜둥 반전. 이야기가 지루해질 틈이 없다. 쉴세 없는 반전으로 스토리에 빨려들어가는데도, 흔들리지 않는 메시지는 있다.



책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뉜다. 첫번째 부분. 죽은 작가를 남몰래 연모했던 지인은, 작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에 천착했다. 세상에 이분법으로 나뉘는 것이 있을까. 그가 결국 그 문장에 대해 깨달은 순간... 아니다.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두번째 부분. 작가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어두웠던 과거와 성공을 보여준다. 작가를 어둠에서 꺼내준 책, 부와 성공으로 이끌어준 그 책은 사실 가짜였다. 성공 이후 작가는 오히려 더 가짜에 집착한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은 다 진짜일까. 진짜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일까. 가짜인 작품으로 가짜인 세상에 대적한다. 진짜와 가짜를 찾아 싸워왔던 그는 결국... 아니다.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세번째 부분. 죽은 작가와 지인을 인터뷰한 기자가 세번째 주인공으로 나온다. 기자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언뜻 괴물로 보여서 놀란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는 노력 끝에 스스로가 괴물 같다는 점을 받아들인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인 그는 결국... 아니다.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스토리는 전혀 어렵지 않고 흥미진진한데, 인물들의 대사에는 형이상학적인 표현들이 있어서 마냥 쉽지는 않았다.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던 의문의 대부분은 마지막 '지은이의 말'에서 해결된다. 그래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카톡으로 물어봤다.


10부 밖에 인쇄하지 않은 소중한 책 중 한권을 받을 수 있어서 영광이다. 이 책은 어쩌면 이렇게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게 안타까워서 몇 부 더 뽑아서 인터넷 독립출판 플랫폼인 인디펍에 올리라고 권유했다. 내가 만든 책들도 다 그곳에서 유통된다. 전문 작가가 만든 책이 아니기 때문에 군데군데 어색한 부분도 있다. 이야기가 완벽한 짜임을 이루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신, 불완전성은 개성을 이룬다. 작가의 취향과 사상과 성격이 고스란히 반영된 독립서적을 읽는다는 건, 공장에서 찍어나온 기성책에서는 얻을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이다. 이 책이 더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도, 재미있게 빠져 읽다가 자연스럽게 의문이 하나둘 생겨서 괴로워하다가 마지막 지은이의 말을 읽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으면 좋겠다.


작가에게 직접 받은 이야기는 아래 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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