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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Nov 26. 2020

누구에게 화를 내야하나

분노의 방향이 이상하다

분노는 보통 생산적이다. 제도를 바꾸고 구조를 무너뜨린다. 보통은 그렇다. 항상 분노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지는 않는다.


갑자기 핫해진 인물이 있다. 아들에게 집을 증여한 금태섭이다. 사건은 단순하다. 사실 사건이랄 것도 없다. 자식에게 집을 물려준 것뿐이다. 증여세도 냈다. 민주당의 비판이 가관이다. 금수저라는 거다. 금수저라는 게 비판의 이유가 될까. 혹시 조국의 딸도 추미애의 아들도 금수저라서 그런 비판을 받은 걸까.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서 금 전 의원을 향해 “다른 청년들에게는 공정한 사회를 힘주어 말하고, 자기 자식에게는 고급빌라 지분과 수억 원의 현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서울시장의 자격은 없지만, 국민의힘 입당 자격은 확실히 있다”고 했다.
 _조선일보 「금태섭 자녀 재산 논란에 달려든 與」 2020-11-20 기사
신동근 최고위원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금수저로 태어나 소시민으로 조용히 즐기고 살면 될 걸, 보수의 부추김에 되지도 않을 것을 가지고 왜 가족까지 고생시키는지 참 딱하다”고 썼다.
 _조선일보 「금태섭 자녀 재산 논란에 달려든 與」 2020-11-20 기사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올린 공개질문을 통해 "아들들 증여세는 누구 돈으로 냈나"라며 "고급 빌라 주는 '외할아버지 찬스' 없는 청년 대학생들의 허탈함을 어찌하겠나"라고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_뉴스핌 「野 서울시장 후보 금태섭에 쏟아지는 견제」 2020-11-20 기사
야권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SNS에 "금 전 의원의 두 아들이 미성년자와 경제 능력이 없는 청년 상태에서 외조부로부터 거액의 재산을 상속받았다는 사실은 많은 이를 불편하게 한다"며 "합법적 상속이라도 미성년 자녀에게 거액을 상속하는 것은 박탈감만 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_머니투데이 「물려받은 게 죄는 아니잖아... 금태섭 아들재산」 2020-11-24 기사


한심하다, 정말. 김남국, 신동근, 최민희, 김태흠, 다 한심하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서 선출된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겨우 한다는 말이, '금수저는 나쁘다' 수준이라니.


왜 이런 걸까. 시험 잘 보는 사람이 갑자기 멍청해질 리는 없다. 다 이유가 있다.


포장


이념은 포장지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날것의 욕망을 그럴듯하게 감싸는 포장지가 바로 이념이다. 좌우대립이 극렬하게 벌어졌던 해방정국의 갈등도 사실 '어디에 붙어야 내가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저놈이 죽아야 내가 산다'는 몸부림에 불과했다. 그걸 이념갈등으로 포장한 것이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금태섭을 비판하며 공정이니 박탈감이니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하고 있다. 조국에 대한 비판도 마찬가지다. 모호한 느낌의 공정은 초현실주의 디자인의 포장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사람의 눈을 홀린다. 이번 포장지 안에는 밑도 끝도 없는 견제가 들어있다.


파괴력


담배를 겨우 끊은 사람이 금연을 이야기하면 효과적으로 의미가 전달된다. 알콜중독에서 벗어나고 있는 사람이 금주를 주장하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항상 진보적인 입장에서 정치적 견해를 밝혔던 진중권 교수와 서민 교수가 민주당 정권을 비판하는 책을 냈을 때, 보수당 지지자들은 열광했다. 민주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에서 쫓겨난 금태섭도 마찬가지다. 파괴력이 있을 것이다.


이게 두려워서 앞다투어 한심한 행태를 보이는 거다. 금태섭이 인기를 끌까 무서워서 김남국이 침을 퉤 뱉는다. 최민희도 침을 퉤 뱉는다.


금수저라는 침을 맞은 사람이 있다.

침을 뱉은 사람이 있다.

우리는 누구에게 분노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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