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Jan 03. 2021

물고기는 훌륭하다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2017

미운오리새끼를 읽었을 때 받았던 충격을 기억한다. 순수한 어린 아이 시절,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의구심 조차 품어본 적 없었을 때, 미운오리새끼를 읽었다. 남들과 다르다고 뭔가 이상하다고 막연히 느끼며 자라왔던 아이가 어느 순간 백조였음을 안 순간 느낀 희열.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이 영화에서 받았다.



주인공은 장애가 있다. 말을 하지 못한다. 그는 우주과학연구소에서 청소부로 일한다. 어느날 물고기 인간이 잡혀왔다. 물고기 인간이라고? 이미 설정만으로 우리의 편견은 어디 잠시 내려놔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된다. 어두운 상황을 무겁지 않게 그려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사랑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정의 내린다 해도, 그 가짓수는 사람 수만큼 많을 거다. 남들에게 이상해 보이는 게 나에게만 멋져 보인다면, 혹은 나에게만 귀여워 보인다면, 그것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영화의 부제는 사랑의 모양이다. 사랑에 모양이 있다면, 물 모양, 아니면 물고기 모양일 거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왠지 그런 생각이 든다.


어머니는 나에게 항상 조폭 같다, 깡패 같다, 하셨다. 그래서인지 남들은 학창시절 한번쯤 들어본다는 '야 얼마있냐'나 '뒤져서 나오면 10원에 한대다' 같은 류의 위험상황은 겪어본 적 없다. 여자친구는 나보고 귀엽다 한다. 여자친구가 눈이 안 좋기는 하지만, 안경을 쓰면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라 한다. 이런 이야기는 살면서 처음 들어봤다. 왠지 물고기 인간이 된 기분이다.


반전이 식스센스급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직접 보길 추천한다.


하나만 덧붙이자면, 물고기인간은 한 탈모인에게 기적을 선사한다. 손인지 물갈퀴인지 모를 부위를 탈모인의 머리에 얹었다. 다음날 탈모인은 더이상 탈모인이 아니게 되었다.


물고기는 여러모로 훌륭하다. 푹 고아먹어도, 바싹 구워먹어도, 미나리 넣고 매운탕을 끓여먹어도 좋다. 심지어 탈모에까지 좋다니!


★ 나도 물고기 인간을 만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팝콘을 먹으며 임창정을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