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요시나가 후미 「어제 뭐 먹었어?」
일상의 행복을 맛있게 그린 책이다. 주인공은 열심히 일한다. 열심히 일하는 목적은 오직 칼퇴. 칼퇴하고 마트에 가서 장을 봐야, 애인과 제시간에 저녁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장을 볼 때 첫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가격이다. 싸게 나오는 재철 식재료가 있으면 산다. 할인하는 품목이 있어도 바로 산다. 그리고 자료에 알맞은 요리방법을 고민한다. 만약 도미가 싸게 나오면, 그날 저녁은 도미 조림을 만드는 식이다. (나처럼) 할 수 있는 요리 중에서 고르는 게 아니라, 일단 식재료를 고르고 요리 방법을 고민하기 때문에, 식탁은 매일 (만화처럼) 다채롭다.
두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냉장고에 남은 재료다. 남은 재료를 활용하기 위한 야채를 구한다. 예를 들어서 어제 죽순 조림을 먹고 남은 죽순이 있다면, 이번에는 죽순 볶음이나 죽숙 무침을 해먹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사는 식이다. 당연히 이때도 가격을 중시한다.
요리의 난이도는 최상급이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는 가지가 나왔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지 요리는 가지무침 정도다. 가지를 잘라서 굽고 양념에 무치는 것만으로 이미 나에게는 쉽지 않다. 이 책의 주인공은, 가지를 사면, 중국식 제육볶음을 만든다. 생강, 두반장, 얇게 썬 돼지고기, 큼직하게 썬 토마토에 튀긴 가지를 넣고 중국 된장과 설장, 간장 등으로 양념한다. 따라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다.
요리하는데 참고가 되거나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전혀. 그래도 읽으면 행복해진다. 어떤 요리를 할까 고민하고, 만족스런 결과에 웃음짓는 주인공을 보는 것만으로 뇌는 이미 배부르다.
다음 장보기에서는 조금 난이도를 높여봐야겠다. 일단 마음에 드는 메인 식재료를 선택하고 레시피를 검색해서 필요한 재료를 추가적으로 사야겠다. 백종원 레시피를 보면 어찌저찌 만들 수는 있겠지.
국내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적 있는 「동양골동서양과자점」이 떠올라서 검색해보니, 허걱... 같은 저자의 작품이다. 맛있는 음식이 많이 나오는 따뜻한 감성의 퀴어물이다. 둘 다 추천한다.
★★★★★ 더 어려운 장보기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