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최민석 「능력자」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오늘의 작가가 되기까지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님께서 사회 공헌 차원에서 남몰래 매달 제 통장에 300만 원씩 입금해 주셨습니다"라는 훈훈한 미담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럴 리가!
나는 철저하게 추락해 있었고, 곧 임종을 맞이할 물고기가 바닥에 파닥거리는 심정으로 파닥거렸다. 때는 바야흐로 8월, 장소는 하필이면 아스팔트였으므로, 뜨거워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정말이지 '파닥, 파닥, 파다닥'거렸다. 파닥거리는 시절에 누군가 파닭이라도 사줬으면 좋았겠지만, 당연히 그런 사람은 없었고, 어쩔 수 없는 심정으로 나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_최민석 「능력자」
부와 아름다움에 강력한 힘을 부여해 준 것은 바로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끝없이 욕망하고 부러워해왔습니다. 이유는 그것이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뭐래도 그것은 좋은 것입니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그런 세상을 살고 있으며, 누가 뭐래도 그것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불변의 진리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시시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치 지금 70년대 냉전을 돌아보듯, 마치 지금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은 돈다 믿었던 중세의 인간들을 돌아보듯 말입니다. 물론 그것은 <좋은 것>이지만, 그것만으론 <시시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니 그야말로 시시한걸.
_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