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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May 09. 2021

텀블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텀블러 아니다

텀블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텀블벅을 생각했던 건 아니다. 원래 프로젝트라는 건 스스로 굴러가는 힘이 있어서, 어느 정도 밀면서 일단 출발하면 어느샌가 생각도 못한 곳에 도달해 있곤 한다.


나이 마흔이 다 되어서 끄적이는 걸 시작했다. 1년 정도 인터넷에 올리다 보니, 문득 작은 결실을 만들고 싶었다. 책 만드는 법은 안다. 그래서 한두 권만 인쇄해서 서재에 꽂아놓으려고 했다.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 놓은 책이 꽤 된다. 그러다 마음이 바뀌었다. '인디펍'에 올려야지. '인디펍'은 독립출판을 인터넷에서 유통하는 플랫폼이다. 그러면 원하는 사람은 인터넷으로 책을 살 수 있다. 그러면 인쇄부수는 30권 정도면 되겠다. 10부 정도는 선물하고, 20부 정도는 인터넷에서 몇 년 동안 팔 수 있을 것이다.


굴러가던 프로젝트가 여기서 멈추었다면 굳이 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우연히 '스토리지북앤필름'에 들렀다. '스토리지북앤필름'은 해방촌에 있는 작은 동네서점이다. 얼마전 강남에 들어섰다. 대형서점이 여러 개 있지만 독립서점은 없는 강남, 바로 그 강남역 근처에 생겼다. 엘지유플러스에서 운영하는 공간에 샵인샵 개념으로 들어왔다. 이곳에 진열되어 있는 독립서적을 보면서 결심했다. 그래, 내 책이 여기에 꽂히지 말라는 법은 없지. 독립서점에도 연락해서 입고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그러면 인쇄 부수는 60부 정도면 되겠다. 인쇄 부수가 늘어나면, 권당 비용은 줄어드니 좋다.


굴러가던 프로젝트가 여기서 멈추었다면 이 글은 굳이 쓰지 않았을 것이다.


독립서적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끔 텀블벅에 들어온다. 여기서 후원하고 받은 책들이 서재에 꽂혀있다. 아직 다 읽지도 않았다. 오늘은 이걸 읽어볼까? 책을 꺼내다 텀블벅이 떠올랐다. 나도 한 번 올려볼까? 하는 건방지고 위험한 생각이 들었다. 이건 위험 부담이 따른다. 그동안 2권, 30권, 60권만 인쇄하려던 건 전부 모험을 피하려는 투자성향 때문이다. 투자성향은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공격투자형으로 나뉜다. 안정형은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 나는 부동산에 영혼도 끌어모으지 않고, 코인은 노래방에서만 사용한다. 심지어 로또 한 번 산 적 없다.


텀블벅은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텀블벅은 프로젝트를 공개한 후에 후원금을 모으는 플랫폼인데, 만약 후원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얼마전 시집 프로젝트를 하나 봤다. 백만 원이 목표였으나 실제 후원 금액은 2만 원. 아마 본인이거나 지인일 것이다. 보는 내가 다 가슴 아프다. 시인은 절망에 빠지면 시를 잡고 빠져나온다고 하던데, 아픈 마음을 시로 승화하고 있을까. 이렇게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는 시로 버틸 만큼 강하지 않으니, 목표를 낮게 잡았다. 50만 원. 지인이 많은 사람이라면 동원령 한 번에 끝날 수도 있다. 나는, 인성때문인지, 지인이 별로 없다. 오롯이 선한 후원자의 마음에 기대야 하기 때문에, 50만 원이라는 목표는 내 집 마련의 꿈만큼 요원하다.


요원해 보이는 목표도 걷다보면 가까워진다. 돌돌돌 굴러가던 프로젝트는 지금 여기까지 왔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아래 링크를 클릭할 것인가 말 것인가. 클릭해서 후원할 것인가 말 것인가. 자칫하면 내가 시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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