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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pr 26. 2021

나오는 말

맛집은 사적이다. 오늘 점심은 김치찌개입니다! 라고 외치며 우르르 몰려가서 먹는 집. 거기서 몰래 빠져나와 혼자 가서 먹는 집. 하나를 꼽자면, 후자가 맛집이다. 남이 알려준 데 가는 게 아니라, 똥인지 된장인지 굳이 먹어보고 판단해야, 맛집 목록을 만들 수 있다. 모든 메뉴가 다 소름 끼치게 맛있는 경우는 없다. 어디에나 특출난 메뉴가 있고, 신명 나는 조합이 있다. 칼국수 집인데 김치전이 더 맛있는 경우(합정)도 있고, 막걸리 집에서 정말 막걸리만 맛있는 경우(신사)도 있다.


맛집은 사적이라 했지만, 계속 사적으로만 남아있기는 쉽지 않다. 좋은 게 있으면, 나만 알고 있기보단(사람이 많아지면 어떡하지, 걱정되는 아주 조그만 가게는 제외), 널리 퍼뜨리고 싶다. 좋지? 맛있지? 옆구리를 찔러서 인정받고 싶다.


각자의 맛집 목록을 만들고 나눠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가서 맛있게 먹자. 기분이 나아질 거다. 연애 문제도, 취업 문제도, 어제 망친 발표도, 무엇 하나 해결되는 건 없지만, 배부르게 먹고 나면, 왠지 해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어차피 우리는 평생 불안과 공복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잠시 후 다시 배고플 예정이지만, 그래도 배를 문지르며 나아가자. 배고픔의 한 손을 잡고 걸어가자.





5월에 브런치북/독립출판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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