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필라테스 다녀와서 아내 품으로 쏙 들어갔다. 아 너무 힘들어.. 나 이제 여기 안가.. 많이 걸어다녔거나 자전거를 탄 것처럼, 유산소운동으로 인한 체력방전과는 다르다. 그렇게 힘든 건 누워서 잠시 쉬면 된다. 한칸한칸 충전이 된다. 필라테스는 여기저기 안 쓰는 근육을 사용하게 한다. 그냥 단순한 동작인데, 팔을 이렇게 올리고, 다리를 저렇게 들면 되는데, 왜 힘든지 모르겠다. 엄청 힘들다. 어제는 허벅지 어딘가가 아프고, 오늘은 배 어딘가가 아프다. 가소로워 보이는 동작을 열번 한다. 그러면 내몸은 이미 극한의 상태로 내몰린다. 그리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동작 그대로 멈춰서 쥐어짠다. 팔을 까딱까딱, 다리를 까딱까딱하며, 열을 센다. 지옥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이건 오로지 고통을 주기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닌가, 여기 선생은 왜 이런 걸 시키지. 사이코패스인가 악취미인가 궁금하지만, 그보다 나는 왜 이걸 돈 내고 하고 있나..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쾌락도 돈이 들고, 고통도 돈이 든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근사한 차를 샀다. 너무 편하게만 있으면 안될 것 같으니, 필라테스 학원에 가서 고통을 자원한다. 그리고 돌아와서 푹 쉴 수 있게 인테리어를 했다. 전세집인데도 돈들여서 볼만하게 꾸몄다.
필라테스는 원래 재활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운동이다. 독일인인 요제프 필라테스가 (맞다, 사람이름이다) 영국에서 포로생활을 하며,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운동하면 좋을까 고민하며 개발했다. 처음에는 수용소에 적용되었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무용수들이 다치면 재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한국 여성의 건강과 미용을 동시에 책임지고 있다. 20세기 포로수용소에서 활용되었다는 필라테스가 21세기 한국에서 유행이라는 점은 시사적이다. 시키는대로 필라테스를 1시간 하고나면, 당했다..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스타그램을 하기 전에는 포로수용소를 연상시키는 이 잔혹한 운동이 얼마나 인기인지 알지 못했다. 필라테스를 하면 인스타그램이 필수인 건지, 아니면 인스타그램을 하는 사람이면 필라테스를 당하는 건지 모르겠다. 적어도 온라인에서는 모두 필라테스를 한다. 스스로를 긍정하고 운동과 여행을 좋아하는 건강한 사람들이 협찬받은 건강보조식품이나 화장품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나도 질 수 없지.
필라테스만큼 꼭 해야 하는 = 텀블벅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