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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l 14. 2021

반복과 변화

오늘도 늘 그렇듯이, 빨간 츄리닝에 조끼를 입고 동네 카페에 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이다. 이렇게 입으면 왠지 글도 잘 써질 것 같다. 동네 카페라고 하기에는 아주 거대하다. 정비소 건물이나 방직공장을 그대로 카페로 만드는 걸 업사이클링 컨셉이라 하는데, 여기가 그런 카페다. 층고가 높고 시원시원하다.


얼마 전, 집에서 2분 거리 골목에 들어섰다. 카페가 생기고, 매일 빨간 츄리닝에 조끼를 입고 갔다. 여기서 2시간 정도 노트북을 켜고 다다닥 키보드를 친다. 항상 마시는 것은 같다. 따뜻한 녹차라떼, 샷 추가해서.


오늘도 늘 그렇듯이, 음료를 주문하려고 카운터로 다가갔다. 가면서 녹.. 까지 말했는데, 포스에 따뜻한 녹차라떼, 그리고 샷추가가 다다닥 찍히는 게 보였다. 카드를 내밀며, ...차라떼... 결제되면서, 따뜻... 카드를 받으면서 샷 추가요...를 자연스럽게 말하고 자리에 돌아갔다.


자동완성 기능* 같다... 라는 생각을 하며 녹차라떼를 마셨다.


자동완성 기능 : 앞 글자만 치면 예측해서 자동으로 완성하는 기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오늘'이라고 치면, '오늘 날씨', '오늘 저녁 메뉴'가 자동으로 나온다. 자동완성 기능 때문에 맞춤법을 헷갈리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도, 나는 큰 변화가 없다. 맞춤법을 틀리고, 고친다. 글이 완성되면 인터넷에 올리고 가만히 앉아 좋아요를 기다린다. 이미 업로드한 글에서 잘못된 맞춤법을 뒤늦게 발견하고, 고친다. 그 반복이다. 나와 달리, 카페 알바생은 발전하는 것 같다. 부럽다. 반복이 누적되면 변화가 생긴다. 그렇게 다들 생각한다. 이른바 양질전환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국내에도 많이 소개되었는데, 종종 누구든 1만 시간만 노력하면 잘 될 거라고 잘못 해석된다. 사실 1만 시간의 법칙은 환경과 재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1만 시간을 거쳐 성공한다는 법칙이다. 그래서 누구는 발전하고, 누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다.


오늘도 늘 그렇듯이, 글이 안 써진다.





예전에 적었던 아래 글을 다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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