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을 그리는 작품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원인이나 추이를 보면서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서사다. 이 경우 대부분 문제는 해결된다. 악당을 물리치거나 틀어진 걸 바로잡고 해피앤딩으로 끝난다. 다른 하나는 도대체 무슨 재난인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서사다. 마냥 고통받고 그저 견디기만 하는 사람을 보여준다. 심지어 주인공이 죽기도 한다.
이 책은 후자다. 트렌디하게도 원인은 바이러스. 공동체가 무너진 후 사람들이 버텨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와중에도 사람은 걷고 넘어지고 헤어지고 그리워한다. 그리고 여지없이 비극은 덮쳐온다. 재난소설이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토리는 별거 없다. 버티는 거다. 그리고 문학이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문장은 좋았다. 재난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볼 수 있었다.
조명이 없는 시골에 가야 빛나는 별을 볼 수 있다. 어두운 세계에서 사람의 마음은 더 빛난다.
밤의 적막은 낮의 그것과 한참 달라서 한번 무서운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정신병에 걸린 듯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럴 때면 해민을 껴안았다. 해민을 껴안는 방법으로 나를 안았다. _최진영 「해가 지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