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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Sep 29. 2021

한국을 떠나는 건 불안하고 위험하다

_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디테일이 놀랍다.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묘사를 잘 하는 수준을 넘어서 업계 당사자가 아니면 쓰기 어려운 수준이다. 게다가 화자는 여성. 아마 충분한 자료 수집으로 해낸 게 아닌가 싶다. 천재형 작가에 박민규가 있다면, 자료수집형 작가에서는 장강명을 첫번째로 꼽아주고 싶다.


내가 소설을 읽으며 기대하는 건 서사의 진행보다는 등장인물의 세계관을 감상하는거다. 인물과 가치관은 오로지 저자가 만들어내는데, 깐깐한 독자를 납득시키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과장되거나 어설프면 감정이입이 안된다. 장강명의 작품에서는 사소함과 꼼꼼함으로 인물과 세계관이 아주 튼튼하게 구축되어 있다. 작가의 다른 책도 읽고 싶을 정도지만, 나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만 읽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참는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핑계다.)


책은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떠나는 인물의 이야기다. 호주에서 어떤 일을 겪고 다시 한국에 와서는 지인들과 지내고, 누구를 만나고 사랑하는지 보여준다. 한국과 호주의 생활상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는 매일 울면서 다녔어. 회사 일보다는 출퇴근 때문에. 아침에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아현역에서 역삼역까지 신도림 거쳐서 가 본 적 있어? 인간성이고 존엄이고 뭐고 간에 생존의 문제 앞에서는 다 장식품 같은 거라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돼.
 _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여자들더러 아이 많이 낳으라는 사람들은 출근 시간에 지하철 2호선 한번 타 봐야 해. 신도림에서 사당까지 몇 번 다녀 보면 그놈의 저출산 이야기가 아주 쏙 들어갈 텐데. 그런데 그런 소리 하는 인간들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지 않겠지.
 _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 한국을 떠나는 건 불안하고 위험한 선택이다. 한국에 안주하는 것만큼.




좋아하는 출판사2 : 오늘의 젊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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