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문고의 첫번째 작품이다. 첫번째로 선정한 작품이라면, 당연히 좋다는 걸 넘어서 의미까지 있을 거라는 김칫국을 엄청 마시면서 책을 펼쳤다. 마침 최유수의 글을 알고 있기 때문에 김칫국은 마셔도 마셔도 줄질 않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하고, 김치 국물을 마시다보면 흰 옷에 튄다. 전에 읽었던 최유수의 다른 책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보다는 별로였다. 그래도 「사랑의 몽타주」가 먼저 나온 것이니, 나중 작품이 좋다는 건, 작가가 성장하고 있는 걸로 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거다. 원래 독립출판을 접하는 사람은 긍정적이어야 한다. 작가도 독자도 아마추어 아닌가. 뭐든 좋게 해석하고, 불완전함을 매력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어야 독립출판을 계속 즐길 수 있다.
사랑에 대한 단상이다.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과 마찬가지로, 어찌보면 간지럽고 오글거리는 에세이다. 이걸 담백하게 그리는 건 작가의 능력. 최유수는 그게 뛰어나다. 뒷부분은 조금 별로다. 아무래도 더 힘을 준 글을 책 앞으로 모은게 아닌가 싶다.
한 사람이 버스 계단을 올라설 때 손을 흔드는 그 아쉬움을 사랑한다. 바깥에 남은 사람에게 가장 잘 보일 것 같은 좌석에 앉아 창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는 그 아쉬움을 사랑한다. 혹시나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을까 봐 스마트폰 액정을 켜고 흔들어 비추는 그 아쉬움을 사랑한다. 버스가 시동을 걸면 출발하기 직전에 무턱대고 내려버리거나 바깥에 남은 사람이 허둥지둥 올라타는 상상을 한다. 26p _최유수 「사랑의 몽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