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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Oct 16. 2021

책덕후는 행복해진다

 _이연실 「에세이 만드는 법」

요즘 'ㅇㅇ하는 법'이라는 이름으로 책이 많이 나온다. 「책 먹는 법」, 「작은 책방 꾸리는 법」, 「우리 고전 읽는 법」, 「독서모임 꾸리는 법」,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등 많다. 유유 출판사의 땅콩문고 시리즈다. 제목처럼 기술이나 지식을 알려주는 실용서는 아니다. 해당 분야 전문가가 쓴 에세이다. 지식과 재미 둘 다 보장이다. 대부분 사서 읽었다. 너무 많이 쌓여있어서 더이상 안 사려고 마음 먹었는데, 또 당하고 말았다. 요즘 내가 제일 많이 읽기도 하고, 쓰고 싶은 분야도 에세이라서 어쩔 수 없었다.



저자는 문학동네에서 일한다. 유명한 출판사인만큼 히트작도 많다. 그걸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느낀 고민, 좌절, 희열을 그렸다. 맛깔 나게 잘 쓴다.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그동안 어떻게 창작욕구를 누르고 다른 사람 책만 만들었을까.


에세이는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사람이 살아온 대로, 경험한 만큼 쓰이는 글이 에세이다. 삶이 불러주는 이야기를 기억 속에서 숙성시켰다가 작가의 손이 자연스레 받아쓰는 글이 에세이다. 13p


에세이를 읽다보면 가끔 전혀 관심이 안가는 이야기가 툭 튀어나올 때가 있다. 찬찬히 읽어보면 저자는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힘을 주어서 쓴 것 같다. 추측하건데, 저자의 컴플렉스가 반영된 듯하다. 요즘 에세이는 서점가의 대세다. 제일 잘 팔린다. 독자 입장에서는 에세이를 읽는다고 부끄러워할 건 없다. 하지만 저자에게는 이게 스트레스였나 보다. 에세이는 잡문이라 불리고 소설에 비해 격이 떨어지는 비소설로 분류되는 현실에서 일하다 보니, 신경이 쓰이나 보다. 잡문이라 불려도 나는 좋아! 비소설이라 불려도 나는 좋아! 저자는 열심히 변명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안물안궁(안 물어봤다, 안 궁금하다)이다. 우리는 편견 같은 거 없으니 걱정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비소설'은 이름표부터가 도통 맘에 들지 않았다. 세상의 생명체를 인간과 비인간으로 양분하는 폭력적인 세계관처럼 책이 소설과 비소설로 나뉜다는 구분도 납득하기 어려웠거니와, '아닐 비非' 자를 장르명 앞에 단 책을 편집한다니 왠지 '비'뚤어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9p



당연한 이야기지만, 책덕후는 책의 모든 걸 사랑한다. 읽는 건 당연한 거고, 사는 거, 쌓아두는 거, 가지런히 진열하는 거, 선물하는 거까지 다 좋아한다. 여기에 만드는 게 빠질 이유는 없다.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고 홍보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니, 책덕후는 행복할 수밖에 없다.


★★★★ 책덕후는 행복해진다.





좋아하는 출판사1 :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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