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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Jun 08. 2021

누구를 위하여 휴가가 있을까?

결혼 10년 차 주부의 첫 휴가 1박 2일

남편이 좀 쉬라고 아이 셋을 데리고 떠났다. 기간은 1박 2일.

가수 션이 매주 아내 정혜영에게 휴가를 주더니 내게도 육아 10년 차가 되니 이런 기회가 오는구나. 

그만큼 아이들이 컸다는 의미겠지.


결혼 후 바로 껌딱지 아기가 생기고, 그렇게 3년 터울로 10년째다. 결혼 후 남편은 혼자 시댁에 잘도 갔지만 난 늘 아이와 함께라면 함께 일까, 단 한 번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첫째가 어릴 적엔 초보 아빠라 겁난다고, 이후에는 아이들이 심한 껌딱지였기 때문이다. 남편이 큰 맘먹고 친정이라도 가라고 매번 거절한 것은 다. 아이의 울음 때문이다. 마음이 모질지 못한 엄마라, 차마 울음소리를 듣고서 신나게 뒤돌아설 수가 없었다.

막내가 네 살이 되어 부쩍 언니 오빠를 따르다 보니 비교적 수월하게 떨어졌다. 막판에 위기가 있었지만 언니, 오빠의 협공으로 잘 넘겼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thedanw님의 이미지 입니다.


기분이 이상하다. 뭔가 챙겨야 할 것 같고,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다. 수많은 집안일들로 헉헉대야 할 것 같고, '있다가 뭘 먹지?' 하고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수북이 쌓여있는 빨래를 언제 개나 스트레스받아야 할 것 같은데 잠깐 사이에 뚝딱 끝내버렸다. 그동안 이 빨래들이 왜 쌓여있었던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집 안에 챙겨줘야 할 의무감이라이제 아무것도 없다. 모두가 떠났고, 웬만한 집안일은 마무리되었다. 자정이 넘은 새벽시간이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움직이고 느끼면 된다.


아.. 이런.. 식탁 위에 김치 흘린 자국이 있다. 그렇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닦지 않아도 좋다. 누군가의 옷이나 책에 묻을 일이 없다. 내가 끼니를 때울 때, 젓가락은 식탁에 놓지 않을 거다. 그릇 위에 수평으로 올려놓을 것이고 식탁도 닦지 않을 것이다. 남편과 아이들이 나가고 난 뒤,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배가 안 고프다.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소비하고 노동하지 않아도 괜찮다.


책이 읽고 싶다. 그동안 자투리 시간 만으로 독서를 했다. 오늘은 밤새 책을 읽으리라. 결국 두 권의 책을 신나게 읽고 새벽 6시경 잠이 들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편할 수가. 이제 단잠에 푹 빠지리라.


Pixabay로부터 입수된 Free-Photos님의 이미지 입니다.


아침 8시다. 엄마가 보고 싶은 아이의 영상전화로 강제 기상이다. 한 시간 동안 잠이 덜 깬 모습으로 통화하고

동화책을 읽고 또 읽어주었다. 남편이 다음 일정이 있다며 전화를 끊으라고 하고 나서야 한 시간만의 영상통화는 종료된다. 다시 나만 생각해도 되는 상황이 되었다. 내 손은 자연스레 책을 향한다.

아이들과 함께 있었으면 한 달을 붙잡고 있어도 읽을까 말까 한 책을 하룻밤 사이에 두 권이나 읽다니! 또 아침부터 책을 읽다니!!


책 정리 이불 정리 청소기 돌린 후

오후 한 시가 되어서야 너무 늦은 아침

창자를 뒤튼다.

아.. 따신 밥을 먹게 된다, 이 행복감~!


남편에게, 고맙다. 10년 만의 첫 휴가, 진정 힐링 휴가다.



***함께 읽으면 좋은 ***

 "책 읽고 싶은 엄마들은 모이세요"

https://brunch.co.kr/@joyinuoo/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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