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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Jun 15. 2021

코로나 백신 투여 일지

얼마 전 남편이 사전예약을 하고 왔다. 말만 들어도 떨린다. 매스컴 여기저기서 부작용 소식들 뿐이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나이 드신 분들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40세 간호사, 자녀가 있는.. 엄마 된 그 여성도 주사 맞고 마비가 왔다. 하루아침에 장례를 준비하게 된 경우도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이걸 맞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늘 그 고민 속에 해결이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내가 겪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우유부단, 불안해하는 나 대신에 남편이 친절하게도 병원에 가서 직접 예약을 했고, 그 덕에 '그 어렵다는' 백신예약 경쟁을 뒤로하고 편안하게 접종을 앞두고 있다. 오전 10시. 내가 백신을 맞기로 한 시간이다.


am 8:00


두 시간을 앞둔 오전 8시. 배가 살살 아프다. 화장실에 다녀왔다. 여전히 아프다.

토요일 아침은 빵이다. 빵으로 허기를 달랜다. 아이들은 특별히 준비 없는 메뉴를 더 좋아하기도 한다.

또 배가 아프다. 오늘 화장실을 참 자주 찾는다.


주사를 맞고 나면 내가 힘들거라며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고모집에 가서 오늘 하루 시간을 보내겠다고 한다.

9시가 넘은 시간이다. 부랴부랴 아이들 옷을 챙긴다. 배가 아프다. 화장실에 다녀왔다. 아.. 화장실이 또 가고 싶다.


그렇다. 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다. 학창 시절에는 몰랐다. 왜 이렇게 큰 일(?)을 앞두고 화장실에 가지라는 것을. 그저, 난 그런 사람이구나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란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란, 스트레스나 긴장 상태에서 말 그대로 대장 근육이 과민하게 수축 운동하는 경우를 말한다. 특별한 치료보다는 그런 상황에 안 놓이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피할 순 없으니 그냥 그러려니한다.


약속시간 30분 전에 여유롭게 가려고 했는데, 15분 전이다. 남편이 얼른 다녀오라고 재촉한다. 나도 안다. 그런데 또 배가 아프다. 이런. 마지막으로 찾아야지 하는 심정으로 화장실에 들르고 병원을 향했다.


am 10:00


늦지 않게 가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갔다. 도착이다. 병원 문 앞에 서는 순간, 심장이 마구 펌프질을 해 댄다. 여전히 주사에 대한 불신이 크다. 내가 운이 나쁜 한 사람이 될 까봐. 내가 이 백신과 안 맞는 운명의 그 사람이 될까봐.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그런 불안은 싹 가셨다. 평소 대기가 많지 않던 그 병원에 사람이 많아, 들어가도 되는 건지 나가서 기다려야 되는 건지, 앉는 것은 생각도 못 하고 대체 어느 쪽에 어떻게 서 있어야 걸리적거리지 않는 적당한 위치가 되는 건지 "내 자리"를 찾느라 바빴다. 아무리 예약제라고는 하지만 대기실을 가득 채운 그곳에서 기다리기를, 한 시간.


10시에 예약되어 있던 나는 한 시간이 남짓 넘은 11시 9분경 주사를 맞게 되었다.

긴 시간, 애매한 자리에서 불편하게 있느라 주사에 대한 망설이는 마음, 의심하는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빨리 맞고 집에 가서 편히 있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주사를 맞고 나니 문자가 온다.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드디어 맞았구나!


접종후 '국민비서'에서 다음 접종 일정이 메시지로 온다.



am 1:00


집에 돌아오자마자 남편의 반응, "밖에 나가서 밥 먹자!"

아직 1차 접종밖에 하지 않았지만, 작년 코로나 이후 밖에서 밥을 먹는 것이 영 꺼림칙했는데 뭔가 당당한 기분. 뭔가 큰 일을 해낸 것 같은 시원함! 코로나 전에 자주 갔던 동네 식당에 오랜만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몸 상태는, 긴장과 염려와는 상관없이 양호하다. 백신 투여 후 빠르면 3~4시간 즈음부터 신호가 온다던데 이제 곧 어떤 변화들이 오려나? 이후에 또 기록해봐야겠다.


백신 접종 후 이상증상 기다리는 대기시간(15분) 동안 받은 안내문


pm 6:00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다. 미열도, 근육통도, 나른함도, 메스꺼움도 아무것도 없다. 저혈압에 천식까지 있는 나는 긴장상태였지만, 주사를 맞은 이후로 정말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7시간이나 지난 현재까지 정말 그렇다. 내가 아플까 봐 쉴 시간을 만들어준 남편 덕에, 또 혹시 아플까 봐 집안일도 쉬고 있는 나는 이렇게 책을 보고 밀린 글도 쓰고 창작과 비평 클럽에 내야 할 미션 과제들도 정리해가고 있다.


"코로나 백신"건은 이대로 마무리가 될 것 같다. 특이증상이 없음에 감사, 내게 쉴 시간 주어짐에 감사하다.


pm 7:00


주사를 맞은 지 8시간이 지난 현재 드디어 반응이 온다. 미열이 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된 현재까지 타이레놀을 모두 3회 복용하였다. 미열이 38도까지 오르기에. 약발이 잘 받아서 다행이다. 약을 먹고 나면 열도 떨어져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었다.


짧게는 2~3일, 이후 일주일은 피로감이 있다던데 내가 쉴 수 있는 날은 오늘까지이다. 오늘 하루 남편에게 맡기고 쉬어야 할 텐데, 아이들이 나를 가만히 놔둘지..


3일


백신 투여 후, 8시간 후터인 저녁~다음날 아침 사이에 타이레놀을 3알 복용했다. 500mg는 두 알 먹으라고 했는데, 평소 약을 잘 안 먹는 나의 경우 한 알씩 세 차례 복용했다. 그걸로도 충분했다.

주사 맞은 다음 날은 고열까지는 아니더라도 37.5~37.7 정도의 열이 지속되었다. 약간의 두통도 있었지만 견딜만해서 약을 먹지는 않았다. 그렇게 만 하루 만에 모든 증상이 끝났다.


혹시 아직까지 백신으로 하여금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왕 주사 맞을 거면 당일은 근무를 이어할지라도 다음날은 꼭 쉬는 스케줄을 확보하시길 바란다. 주사 맞은 다음날, 개인차가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몸살 기운이 있기 때문이다. 전혀 개의치 않고, 다음날 운동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말이다.


혼자서 온갖 고민과 걱정을 떠안은듯했으나 결국 접종하는 순간 모든 걱정은 물거품처럼 사라질뿐이었다는 것이 나의 결론.. 개인차가 있으나 천식에 저혈압인 나도 하루 만에 모든 증상이 끝이었다. 안타깝게도 슬픔이 되는 가정도 있기는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어차피 맞을 .. 빨리 맞는 게 마음이 편하다.



* 함께보면 좋은 글: 함께 책 읽어요(무료) *

https://brunch.co.kr/@joyinuoo/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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