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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Aug 10. 2021

소아과 의사의 소신 발언

코로나 최대 피해자는?


작년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우리 아이들은 늘 집에 있었다.


초등학교를 입학했던 첫째 아이는 학교가 끝나면 늘 놀이터에서 두세 시간은 기본으로 놀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원에 가서 놀 친구가 없음에도 매일같이 그렇게 놀면 한 명 정도는 놀이터 친구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누나가 노는 덕에, 유치원에서 돌아온 둘째도 놀이터행은 당연지사였다. 셋째는 아기띠에 맨체 그렇게 매일같이 놀이터에서 놀았다.

세 아이를 데리고 큰 맘먹고 도서관에 가면 몇 시간씩 책을 보며 놀았다. 마트에서도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모든 일상이 멈췄다. 아니, 어찌 보면 후퇴된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안전'이라는 이름 아래에 아이들의 자유와 탐색과 성장의 시기는 박탈당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아야 할 공간은 '출입금지'라는 테이핑이 되어 있었고, 혹시라도 아쉬운 마음에 놀이터에 가까이 가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 일쑤였다.


다양한 자연물과 놀이를 통해 감각이 자극되어 뇌가 발달하고 성장해야 할 시기에 바이러스 때문에, 혹은 생명보존을 위해서 만지면 안 된다는 말을 주양육자에게 가장 많이 듣는다.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자극을 줄 수는 있지만 자연물이나 밖에서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놀이를 통한 그것과는 또 다르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함께 놀이하는 가운데 대근육이 발달하고 성장판이 자극되어 신체적으로 성장하며 놀이를 통한 규칙, 이해, 배려 등의 사회성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집 밖이라는 공간은 신체적 움직임이 많아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낸다.




이 좋은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인 나는 아이를 지킨다는 이름 하에, "코로나 때문에 안 돼"라는 말을 많이 한다.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이 있어 소아과를 찾았다.


다들 집에만 있다 보니 병원을 찾을 일이 없다가 오랜만에 들른 그곳에서 담당 선생님이 나를 보며 분노한 마음을 침착하게, 근엄한 목소리에 담아 말씀하셨다.


지금 코로나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자영업자요?


"뉴스에서 언론에서 자꾸 자영업자라고 보도하는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아이들입니다. 자영업자는 당장에 버는 돈이 없어 얼마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하죠. 물론 툴린 말이 아닙니다. 사실이죠. 하지만, 아이들 교육을 수치로 따지지 않아서 그렇지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아이들입니다. 매일같이 놀고 배우고 성장해야 하는 시기가 멈춰버렸으니까요.


엄마(아빠)들은 매일 학교에 가는 게 당연하죠. 그렇게 해 왔으니까요.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할까요? 해왔던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학습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가고 있을 겁니다.


얘기하자면 길지만, 참 여러모로 문제가 심각합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언젠가, 브런치에서 '프랑스는 이상한 나라'(작가님은 누구이신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는 주제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무리 코로나에 감염되는 사람이 많아도 학교는 정상 등교를 한다는 글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부모가 정상 출퇴근을 하고 그래야 나라의 경제가 안정적이다라는 논리였다. 게 중에 소수 몇 명만 가정학습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2020년)만 해도, '그래 경제보다는 생명이 중요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우리나라에 있음이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상황이 길어지고 그 끝이 보이지 않으니 이젠 이런 연속선 상에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해야 하는 것을 하지 못 하고 온라인으로 모든 것에 의지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함은 사실이다.




1학년 말,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첫째는 작년에 피아노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을 계속 다니더니, 꾸준히 다니던 아이들은 진도를 훌쩍 앞서갔다.

안전과 성장이라는 범주안에서 늘 고민했다. 이젠 코로나와 함께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생활을 인정하고, 아이가 3학년이 되면서 피아노 학원을 다시 찾았다. 바이엘부터 시작이다.

둘째는 유치원을 가다 말 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적응하기 힘들어했다. 7살이 되면서 나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보내기 시작했다. 이제야 적응하여 즐겁게 다니고 있다.


소아과 의사의 말이 계속 귓전에 맴돈다.

코로나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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