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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Oct 17. 2021

이 새벽 시간

나만의 ‘공간’ 마련이 안 되면 ‘시간’을 마련하기


하재영의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를 읽었다.



무슨 제목이 이럴까? 왜 한 사람의 집 이야기를 굳이 책으로 내고 나는 이 책을 읽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이 책은 작가 하재영의 자전적 에세이이다. 단순히 집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그 집에서 살았던 그 시절을 노래한다. 특히, 여성으로서의 성장과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시대상, 사회적 의미가 인상 깊다.

후반부에 ‘자기만의 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제목만 따라,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생각났다. 사실 <자기만의 방>을 읽으며, 나는 왜 그동안 수많은 여성들의 희생에 대해 생각을 못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야 말할 것도 없고, 서양에서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여성의 인권은 존중되지 않았기에.

나는 특별히 글을 쓸 물리적 공간도, 시간도, 환경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러나,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으며 나도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졌다. 아이도 어리고, 코로나 시국으로 아이들과 대부분 함께 지내기에 향후 몇 년간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몇 년째 - 비록 매일은 못하더라도 - 새벽 기상을 하고 있다. 새벽 기상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이다.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주된 공간은 ‘부엌’이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며 책을 읽고, 국 육수 내는 걸 기다리다가 글을 쓴다. 식탁에 앉는 것도 내겐 사치이다. 그래서 시간을 내었다. 바로 ‘새벽’이다. 새벽 시간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다. ‘엄마, 배고파’, ‘엄마, 응까 했어’, ‘자기야, oo 어디 있어?’

내겐 이 ‘새벽’ 시간이 나만의 정신적 공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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