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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Apr 22. 2021

가치 있게 책 읽기 (3)

독서모임, 그리고 책읽기 습관

독서모임 시작하게 된 계기


책은 사람을 만들고 가치 있는 삶을 살게 해 준다. 책은 공부를 잘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해 준다. 때때로 책은 멘토의 역할마저 충실하게 해 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이렇게 좋은 책을 우리 아이만 좋은 양분으로 삼아 우리 아이만 잘 살게 된면, 과연 인간으로서 가치 있게 살아가는 것일까? 또, 우리 아이만 잘 먹고 잘 산다면, 이 사회가, 이 세상이 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좋은 점이 넘쳐나는 책을, 어떻게 하면 다른 아이들에게 권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날로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전업주부 10년 차, 독서모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세 아이의 엄마가 말이다. 멤버는 고작 두 명이다. 책 먹는 아이, 바로 우리 딸아이와 동갑내기 사촌 아이. 이렇게 둘이다.

원래는 딸아이 학교 친구들과 시작하고 싶었지만, 동생들이 있어 시끌벅적하고 수업이 중간에 끊길 수도 있는 여러 상황을 배려해  만한 존재여야 했다. 아무래도 가장 편한 것은 동갑내기 사촌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여러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지만 나의 환경이 아직 그에 못 미친다.





독서모임은 어떻게


사실 Zoom이라는 플랫폼을 들어만 봤지 이용해본 적도 이용하는 방법도 몰랐다. 지금이야 딸아이가 3학년이 되면서 학교에서 줌 수업을 시작하길래 익숙해졌지만,  그땐 어떻게 하는지도 고, 무엇보다 무료회원은 제한시간이 있다는 말에 생각도 못 고 있었다(지금은 나도 익숙해져서 줌으로 ).


두 아이의 독서모임은 까까오톡의 페이스톡으로 진행했다. 시간은 일주일에 번. 처음엔 아이들 방학기간이었고, 방학 특강처럼 12회만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이 모임은 반드시 지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독서의 힘, 토론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힘이 아이들을 점차 변화시켜감을 느꼈고, 아이들이 그 시간을 즐거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임을 계획하고 진행한 마지막 , 아이들은 자연스레 개학 후에도 만날 것을 당연시하며 개학 후의 모임 날짜와 시간을 정했다.


방법은 하브루타를 바탕으로 하여, 질문 위주로 갔다. 동화책을 읽어주고 해당 내용에 대해서 내가 질문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익숙해질 무렵, 질문을 뽑아오게 했다. 질문 가짓수도 3개에서 10개로 늘렸다. 두 아이가 뽑은 질문 중 다양한 생각이 나올법한 질문을 몇 개 뽑는다. 그 질문을 토대로 다음 모임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시작했던 시간이 차츰 토론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혹은 재판놀이를 하며 변호사와 검사가 되어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도 했다.

모임의 마지막 순서는 마인드맵이나 글쓰기로 마무리했다. 쓰기를 한다는 것은 책에서 얻은 내용을 바탕으로 내 생각이 들어가 새로운 내용으로 정리가 되는 과정으로, 이것 또한 독서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학원 시간(다음 스케줄)이 촉박할 경우, 생각 나누기("오늘 깨닫게 점? 어떤 결심을 했나? 등) 대신하기도 했다.





독서 모임 후


이렇게 12주를 보내던 어느 날, 조카가 말했다.

"이모, 좋은 소식 있어요.

제가 책을 오래 봐도 40분인데 어제는 2시간을 읽었어요."

이에 난 물개 박수를 며 감격에 겨운 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사실 조카의 부모는 맞벌이이다. 이 아이는 7살 때부터 뺑뺑이(=유치원 혹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부모의 퇴근시간에 맞춰 이 학원 저 학원을 다니는 것을 말한다. 학원차로 오가기에, 보통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워킹맘이 많이 용하는 방법이다) 왔다.


책이란 자고로, 아이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거나, 양육자의 적절한 개입이 있어야 손에 쥐고 읽게 되는 것인데, 아무래도 환경적으로 그럴 일이 만무했다. 그래서 책을 가까이하지 않던 아이가 2시간을 집중해서 책을 읽는다는 모습에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것도 본인이 기쁜 소식이라고 표현을 하다니 말이다. 이는 자신도 책이 즐겁다는 것을 느꼈기에 나올 수 있는 표현이다.


이것으로 멈추면 안 될 것 같았다. 책을 매일 읽는 습관을 길러주고자, "매일 15분 책 읽기 "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다. 지인들을 대상으로 하였고 8명이 모였다. 매일 책을 읽고, 읽은 책 제목, 쪽수, 읽은 시간, 누적일, 누적 페이지 등을 기록하는 곳이다. 일종의 "독서이력"을 남겨가는 곳이다. 현재 다른 아이가 읽은 책을 살펴보기도 하고, 집이 가까운 아이는 바꿔 읽기도 하고, 책 인증을 하는 다른 친구를 통해 자극을 받고 책을 읽게 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딸아이는 최소한 거의 매일 책을 읽고 있기에(아직 54일 차 밖에 안 되었지만 현재 6천 페이지 이상의 책을 읽었다. 실제로 읽는 책은 더 많지만, 기록에 올린 것만 그 정도이다.) 딸아이로 하여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어느 정도는 정말 그랬다. 책을 잘 안 읽던 아이도 이번을 계기로 책을 자주 읽기 시작하는 아이가 되었고, 동화책에서 글밥 책으로 넘어가기를 주저하며 책 읽기를 밀어내던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글밥 책 100페이지를 거침없이 읽게 되었다. 책 읽기 인증을 하고자 도서관을 부쩍 자주 찾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습관화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초반에 들쭉날쭉했던 초등학생 5명의 독서인증 두 달이 되어가는 이 시점, 거의 매일 인증하고 다. (남은 3명은 중학생이라, 변수가 많다.)

이 오픈 채팅방은 주말에도 쉬지 않고 진행 중인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나의 목표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내게 두 자녀가 더 있기에 현재는 엄두를 못 내지만, 최소한 방학 같은 경우는

책 한 권을 정해놓고 Zoom을 통해 모두가 모여 얼굴을 보고 토론하려고 다. 독서의 꽃은 토론이기 때문이다. 유대인 교육법인 하브루타처럼 1:1 토론도 좋지만 서너 명이 함께 모여 토론하는 즐거움이 다르다.

책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고 말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생각과 비교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경험을 하게 해 고 싶다. 어려서 책과의 경험이 아이 미래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만 성장해서는 결코 이 사회, 이 세계가 변할 수 없다. 한 아이라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발전하는 모임, 또 성장하는 아이들이 되도록 내가 좀 더 용기를 내더 준비하고 공부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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