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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May 01. 2022

[북리뷰] 좁은 길을 원하는 평범한 엄마

함께한시간만큼자라는아이들_홈스쿨링책


“홈스쿨링에 대한 가치관을 돌아보게 하는 책”



제 자녀교육관과 많이 닮아있어 좋은 친구에게 조언을 들은 기분입니다.  읽고 나서 마음이 한켠 더 넓어진 느낌이 드는 이유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분의 생각과 마음의 여유가 제게 고스란히 전달되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방법론적인 책을 찾는 이들보다는, 잘 써진 육아 에세이를 찾는 이들이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공교육 기관에 학교를 보내지만, 당연시 보내는 경우 못지않게, 많은 이들이 고민을 합니다.

‘과연 공교육이 최선인가?’, ‘사립학교를 보내면 좋을 텐데..’, ‘대안학교는 어떨까..?’ 등과 같이 말이죠. 이에 앞선 최초의 고민이 ‘어린이집을 보낼까, 말까’, 보낸다면 ‘언제 보낼까?’이다음은 ‘어느 유치원을 보낼까?’,  유치원은 거리로 정해야 할지, 프로그램을 보고 정해야 할지, 소문이 좋은 델 보내야 할지, 아이가 좋다는 델 보내야 할지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음입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공교육을 해야 되나?’의 문제로 고민합니다.


제 경우, 마찬가지입니다. 학교는 코앞에 있는데 과연 보내는 게 최선인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공교육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불신이 있었나 봅니다. 1호 아이가 입학을 앞둔 그 시기, 머리가 많이 아팠습니다. 아이를 더 놀리고 싶고, 자유롭게 탐색하며 아이만의 고유성과 창의성을 갖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학교라는 곳이, 아무리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러 아이들이 모이다 보니 어느 틀 속에 아이를 가두는 느낌은 여전했습니다.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사립학교든 대안학교든 기독교 학교든 보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남들따라 저역시 ‘학교’라는 기관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를 보며, 마침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시국을 겪으며 학교 교육은 최선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홈스쿨링에 점차 눈을 돌리게 되었으나 확신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홈스쿨링 관련 자료 및 서적을 접하면서 홈스쿨링은 아이를 위한 좋은 교육방법이고, 누구든  시작할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당연히 고민했던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진정한 홈스쿨링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가 한다’는 사실을. 부모가 소고삐 끌듯 아이를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길과 방향을 정하고 주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부모는 코치의 역할에서 그쳐야지 선을 넘는 순간, 아이의 홈스쿨링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모르는 분들은 ‘홈스쿨링? 그 어려운 걸 어떻게 하려고~’하며 걱정부터 합니다. 하지만, 홈스쿨링처럼 아이에게 편하고, 즐겁고, 도전적인 교육은 없습니다.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부모라면 누구든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자연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놀다 보면 어린아이라도 거대한 자연 속에서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어렴풋이라도 깨닫게 된다. 옆에 있는 친구와 비교의 대상이 되었을 때는 자존심이 상하고 상처 입기 쉽지만 자연과 비교될 때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된다. 사람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흙과 자연에서 더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자연에 몸을 담그고 아이들과 소통한다면 누구라도 예상치 못한 마음의 선물을 받게 될 것이다.
- 함께한 시간만큼 자라는 아이들 p.156 -


공교육이라고 해서, 혹은 홈스쿨링이라고 해서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길이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기 마련이지요. 중요한 것은, 정한 길로 믿고 나아가는 것만큼 최선의 길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왕이면 학교라는 공간에서 ‘친구’보다는 ‘경쟁자’로 인식하여 비교하고 비교당하며 자라기보다는, 자연 앞에 겸손해질 줄 알고, 같은 목적지가 아닌 같은 마음을 품고 서로 사랑하며 지내는 홈스쿨링을 하고 싶은 게 엄마인 제 욕심이라면 욕심입니다.

비록, 지금 아이들의 홈스쿨링 선언을 기다리는 중이지만요..^^



사실 우리의 인생사가 그렇다. 돈은 쓰기 위해 벌고, 산을 내려오기 위해 오른다. 집을 나가는 것도 다시 들어오기 위함이고 옷을 세탁하는 것도 더럽히기 위함이 청소도 다시 어지럽히기 위해 하는 것이다…(중략)… 깨끗해진 집을 보면 신비는 신나게 어질러놓기 바빴고 시원이가 태어나 둘이서 지저분하게 해 놓은 방과 거실을 치우는 일은 내가 건강한 아이들을 키우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이유가 되었다.
- 함께한 시간만큼 자라는 아이들 p.169 -


작가 장윤희의 인생관, 교육관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억지로 뭔가 껴맞추지 않으려는 것, 악착같이 하지 않고 순리대로 움직이는 것, 행복한 육아,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방식 등 말입니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마음을 잘 표현해주는 것. 그것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 함께한 시간만큼 자라는 아이들 p.261 -


가장 인상 깊었던 한 줄입니다. 참된 부모상이기도 하지요. 욕심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부모의 사랑, 그것만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입니다.

공교육을 하다 보면 저도 사람인지라, 채찍질하게 되고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상황이 있습니다. ‘입시’라는 목적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동일한 레이스 경주선에 세우고 같은 푯대를 향해 열심히 달리도록 재촉하는 엄마가 되어버립니다.

아직 알고 싶은 것 투성이에,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들의 모든 욕구를 닫아버린 채 앞만 보고 빨리 달리기나 하라고 소리치며 말입니다. 엄마인 내가, 나의 자녀가 그런 상태가 되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런 기다림과 자유를 우리 아이들에게도 줄 수 있을까. 내가 나 자신에게 관대해진 만큼 아이들에게 관대할 수 있을까를 한참 생각해 봤다. 부모의 결단과 상관없이 내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 그것은 부모인 우리의 의무라는 결론을 내렸다.
- 함께한 시간만큼 자라는 아이들 p.258 -

이적의 어머니로 알려진, 여성학자 박혜란 선생님은 말씀하셨죠, ‘아이는 믿는 만큼 자란다’고. 이 말에 격하게 동감합니다. 아이는 믿고 기다려줄 때에 자기만의 방법으로 가장 잘 자랍니다. 꼭 홈스쿨링에서만 통하는 방법은 아니죠, 이적의 형제들도 공교육을 잘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전, 입시전쟁이라는 무시무시한 경주의 대열에서 자유를 주고 싶습니다. 경주장 위에서 우리 아이를 끄집어내어 혼자 즐겁게 놀다가 달리다가 딴 길로 샜다가 헤매기도 하며, 제 속도로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홈스쿨링에 대한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잘 써진 육아 에세이를 만나 기분마저 좋아지고 제 마음의 그릇 또한 넓어진 느낌입니다.

홈스쿨링을 갈등하는 이유와 홈스쿨링을 시도하려는 목적을 생각해보았고 , 홈스쿨링에 대한 미래상을 그려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아이들 스스로 미래를 꿈꾸게 하고 싶어 졌습니다.

진작 홈스쿨링을 시작하지 못하고 이렇게 몇 년을 가슴앓이한 것은 제 안에 확신이 없었기 때문인데, 이젠 확신이 섰습니다. 정작, 아이들이 학교라는 기관에 너무 잘 적응해서 섣불리 ‘학교 그만둬라’라고 말은 못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와 홈스쿨링의 장단점을 논하며 아이들과 의견을 절충해가려고 합니다. 또한, 홈스쿨링의 길로 향하지 못하더라도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며, 끝까지 아이를 믿고 응원하는 멋진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좋은 책을 써 주신 장윤희 작가님께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말:

이 책은 분명 홈스쿨링 책인데, 제주도 여행책을 만나는 기분도 듭니다. 곳곳에 제주의 명소, 제주 풍경 사진 등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책을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되기도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책읽기 관심있는 분들만 누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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