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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May 24. 2022

사랑이 필요한 아이

조제 마우루 지 바스콘셀루스_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브라질 최고 작가, 조제 마우루 지 바스콘셀루스는 포르투갈계 아버지와 원주민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1968년, 그의 자전적 소설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브라질에서 초등학교 교과서로 사용된 적이 있고, 프랑스에서는 소르본대학교(파리제4대학) 포르투갈어 강의 교본으로 사용되기도 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브라질 역사상 최고 판매 부수를 기록했고, 전 세계 2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한국에서도 이 책이 출간한 이후 베스트셀러인 것을 보면 그 인기가 여전함을 알 수 있다.

1920년대, 히우지자네이루의 외곽에 있는 방구시가 배경이다. '제제'라는 다섯 살 아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아버지는 실직하고 어머니는 새벽에 나가 공장에서 일을 한다. 가정환경이 경제적으로 열악한 집안이다. 주인공 제제는 장난이 심해 동네 사람들의 꾸지람, 폭행, 비난을 받는다.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다며, 부모 또한 그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그런 제제에게 버팀목이 있으니, '라임 오렌지 나무', '글로리아 누나', '뽀르뚜가'이다. 집안에 아무도 그의 편이 없는데, 라임 오렌지 나무가 그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준다. 대화하고, 공감과 소통을 하는 유일한 존재다. '작은 악마'라고 불리는 제제는 가족(특히 아버지)에게도 폭행을 당했는데, 그럴 때면 글로리아 누나가 나타나 상황을 종료시키며 제제를 감싸준다. 마지막으로 뽀르뚜가. 사랑에 굶주린 제제를 유일하게 이해해주고 사랑을 아끼지 않는 인물이다. 그와의 첫 만남은 최악이었지만, 어느 순간 제제의 생사를 오가게 할 만큼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남들은 손가락질하기만 하는데, 뽀르뚜가는 제제를 감수성이 풍부하고 사랑스럽고 똑똑한 아이라며 그의 진면모를 발견하고 지지해준다.



p.94
잠시 공장 생각을 해보았다. 난 공장이 싫었다.
새벽 다섯 시에 울리는 공장의 슬픈 작업 신호는
더욱 싫었다. 공장은 아침에 사람들을 집어삼켰다가
밤이 되면 지친 사람들을 토해 내는 용 같았다.
게다가 스코트필드 씨가 아빠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더 더욱 싫었다.

공장에 대한 이미지가 썩 좋지 않다. 제제에게 공장은 엄마가 어렸을 적인 6살부터 지금까지 새벽부터 일하는 곳이고, 아빠가 실직하게 된 공간이기도 하다. 잔디라 누나도 똑똑했으나, 결국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 다닌다. 때문에 공장에서 울리는 새벽 작업 신호는 5살이었던 제제에게 '슬프게' 느껴질 만큼 싫었고, '사람들을 집어삼켰다가 토해내는 용'이었을 것이다.

산업화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공장은, 기차가 놓이면서 더욱 속도를 내게 되었는데, 바로 이 기차가 뽀르뚜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치르게 되었으니 제제에게 공장은 생각하기조차 싫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었던 시기, 경제적 가난에 허덕이며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제제가 원했던 것은 단지 '사랑'이었다. 그의 지나친 장난도 '애정결핍'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는 '관심 끌기'라는 말로도 대체가 가능하다. 한참 부모의 사랑을 받고 성장해야 할 시기에 부모는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벌거나 일자리를 찾다 못해, 어린 제제도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의 호기심과 사랑이 충족되지 못해 드러나는 그의 과도한 장난은, 마음의 여유가 없는 그의 부모마저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한다. 오히려 문제아이로 낙인찍는다. 부모도 생계가 유지되는 환경이었다면 충분히 제제를 품어줄 수 있었을까? 가난이, 무능함이, 피로가,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관심을 주지 못하고, 아이의 마음을 왜곡시켜 버렸던 것은 아닐지.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세월이 많이 흘러 GDP가 오르고, 차별이 줄어들고, 교육환경이 나아지고, 복지가 개선되고, 살기 좋아진 사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현상이 지속된다는 사실이다. 제제와 같은 이유로 수많은 아이들이 폭행을 당하고, 문제아 취급을 당한다. 그 아이는 성인이 되어 다양한 형태의 대물림을 하며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지는 않는지, 시사하는 바가 큰 소설이다.

사회적 현상이 아이의 순수함으로 승화되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천진난만, 호기심, 순수함으로 시작한 소설이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특히, 주인공에게 닥친 위기와 시련,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 책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와 성장기의 청소년들, 교육과 관련된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주인공 제제가 성인이 되어 뽀르뚜가에게 쓴 편지가 화룡점정이다. 편지글을 인용하며 마무리한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사랑하는 뽀르뚜가,
저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p.294





***독서습관 쌓기에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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