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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Jul 06. 2022

[북리뷰] 한편의 수채화 같은 일러스트 에세이

방수진 <깊은 밤을 건너온 너에게>를 읽고


  *** [매일 15분 책읽기 인증방] 멤버 모집 중입니다.***



오랜만에 북리뷰를 쓰네요. 지난 한 달은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느라 시간도 많이 할애하고, 에너지도 쏟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다른 책의 리뷰 또한 늦어지고 있는 상태인데, 슬슬 리뷰에 열을 가해볼까 합니다.


제가 지금부터 쓸 리뷰는 방수진 작가의 <깊은 밤을 건너온 너에게>입니다. 브런치 작가이기도 한 방수진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수채화는 중학교 때까지 그린 게 전부이나,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하신 ‘다시 그림 그려라.’는 말씀을 가슴에 품고 시작한 그림으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책의 겉표지에서부터 중간중간, 그녀만의 밝은 파스텔 계열의 수채 일러스트가 있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글귀 중간에 삽입된 그림 한편한편은 그녀의 인생관을 강조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읽는 내내 나의 삶을 대입하며 돌아보게 되었고, 내 마음속 깊숙이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명료하지 않은 듯 보이는 수채화에도 강약이 존재했다. 묘사가 필요한 부분은 집중해서 그렸고 여백은 시원하게 비워 놓았다. 묘사와 여백은 생각을 쌓고 비우는 과정과 같았다. 수채화는 생각이 많아 비워야 하는 내게 ‘가벼워도 괜찮아.’, ‘흘려보내도 괜찮아.’라고 맬
말해주는 것 같았다.
- 프롤로그 -



첫 장부터 압권이었습니다. 방수진, 과연 그녀는 누구일까. 그림을 다시 그리면서 일러스트 작가를 신청했고 이어 글쓰기 작가를 신청했습니다. 그녀의 삶의 경험이, 그림에서 빚어지는 인생의 비유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우리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걸까요?

우리네 인생도 많은 힘 조절이 필요합니다. 때론 집중적인 노력과 시간싸움,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상황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흘려보냄에서, 비워냄에서 얻어지는 유익 또한 있는 법입니다.



세 아이 엄마로서, 한때 유년시절 그림을 전공했던 아이로서, 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까지 저와 많은 공통점이 있는 작가님의 이야기였습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글귀가 많아 휘리릭 읽어내리기에 아까웠습니다. 조금 읽다가 멈칫하기를 반복했으며,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어 이 책은 하루 종일 제 손에 꼭 쥐게 되었습니다. 많은 글감을 발견하게 되어 곳곳에 메모해두거나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편안한 파스텔 계열의 수채 일러스트가 보고 싶으신 분, 감성이 따뜻해지고 싶은 분, 읽어버린 꿈을 되찾고 싶은 분, 육아 중인 분, 경단 기간을 보내고 계신 분, 한 편의 아름다운 그림 에세이를 원하는 분들이 읽기 좋은 책입니다.



인상 깊은 내용을 덧붙이며, 오늘의 리뷰를 마무리합니다. 모두 시원한 감성의 하루 보내세요~!


프롤로그

원하는 농도를 찾기까지 상당한 노력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찾기 위한 과정과 적당한 농도를 찾는 과정은 닮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만의 농도 조절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물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수채화를 원한다면 농도를 연하게 한 뒤 차곡차곡 물감을 쌓아가야 한다. 그림의 중심을 잡은 다음, 주변이 자연스럽게 번지기 원한다면 한 번에 농도를 진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품이 탁해질 수 있다. 연습량이 적으면 자신이 원하는 수채화를 그릴 수 없다.


p.31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수 없고,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그림을 그릴 수도 없다. 그리는 사람이 자신의 그림을 보고 만족해야 하며, 그럴 때 비로소 관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내가 먼저이고, 네가 나중이다. 그림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최초이자 최고의 사람은 자신이다.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사람이 나 자신이어야 만족스러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나를 존중하는 사람이 남도 존중할 수 있다.


p.81

나는 소망한다. 친구들의 삶의 채도가 높아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를, 채도가 낮다면 높아지기 위한 자신만의 무언가가 있기를 내게 그림 그리기가 있듯 친구들도 저마다 자기만의 채도를 하루빨리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기다린다.


p.156

“두렵지 않은 상태, 그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조절하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배우는 데 있다.” - 베로니카 로스


p.165

인정의 기준이 타인에게서 자신에게 넘어오는 것이 한순간에 되는 것이 아니었다. 세 가지 개념을 중요하게 여기며 실천하자 지금이 될 수 있었다. 나와의 관계를 잘 형성하려 했고, 긍정적인 환경에 나를 두려 노력했으며, 좋은 사람들과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으려 했다.


p.195

엄마 인생의 주인은 엄마니까 엄마가 행복하면 좋겠다.


에필로그

내 삶은 수채화와 닮았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물과 물감처럼 계절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 매일 주어진 것에 집중했고, 순간의 소중함을 느꼈으며, 성공을 외치기보다 성장하고 싶었다. 경력 단절과 세 아이의 엄마라는 상황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성장의 기준 또한 어제보다 좀 더 - 프롤로그 - 모습에 초점을 두었다. 어제보다 선 하나를 더 그린 것에 들뜨고 한 줄이라도 글을 쓴 것에 행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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