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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대회에서 1등을 했다고?

관점있는 글쓰기

by 아시시

중학교는 독후감 대회가 있다?


얼마전, 로이스 로우리의 <기억 전달자>를 읽었다. 그 책이 주는 메시지가 인상깊어 중학생인 조카에게 권했다. 마침 읽고 싶던 책이라며 기대하는 눈빛으로 책을 받아갔다. 마침, 조카의 학교에서 수행평가로 독후감을 쓰라고하여, 내가 빌려준 책을 읽고 독후감을 냈다고 한다. 며칠 후 들은 소식은, 조카가 독후감 부분에서 1등을 했다는 이야기다. (이때까지만해도 중학교에 독후감 대회가 있는 줄은 몰랐다. 우리집 1호는 이제 겨우 4학년이라 엄마인 나도 초등 4학년 수준이다.)



코칭을 받은 독후감 vs 소신껏 써낸 독후감


“독후감은 잘 냈니?”

“아니요.. 다른 애들은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거나 논술 선생님이 봐 주고.. 해서 잘 쓴 것 같은데, 저는 그냥 써 내서 별로일거에요.”


중학교는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독후감을 쓰겠노라' 말씀하시고 기일을 주면 그 안에 책을 읽고 자신이 쓸 거리를 준비해간다고 한다. 아이들은 각자 알아서 독후감 준비를 하고 수업 시간에 독후감을 쓰면 그 안에서 순위를 매긴다고 한다.

그 ‘준비 기간’동안 어떤 아이는 책을 열심히 읽었을 것이고, 요약만 읽은 아이도 있을 것이고, 그마저도 읽지 않은 아이도 있을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인터넷을 사용해 검색을 했고, 어떤 아이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했댄다. 조카는, 아무래도 코칭을 받은 친구들의 결과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고, 자신은 소신껏했으니 마음을 비우고 내는데 의의를 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승리는 조카의 손에 있었다.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Pixabay로부터 입수된 StockSnap님의 이미지 입니다.



관점 있는 글 쓰기


누구나 자기 렌즈로 세상을 본다. 눈물이라는 렌즈로 보아야 타인의 눈물이 보인다. 내가 외로워야 남의 외로움도 눈에 든다.
(중략)
살면서 이런저런 지나침을 통과하다 보면 정서의 결이 생겨나고 그 결에서 글이 빚어진다. 어떤 글을 읽어보았을 때 필자가 무슨 일을 경험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있어야 좋은 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은유 작가가 한 말이다. <전태일 평전> 서평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인터넷에서 5편의 글을 골라, 어떤 글이 나은지 가늠해보는 것이 그 날 글쓰기 수업 주제였다. 그 중 2편이 좋은 글로 뽑혔는데, 적어도 ‘어떤 인격’과 ‘어떤 상황’ 그리고 어떤 느낌’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나의 서평은, 전태일을 외로운 사람이라고 정의내렸다. 평화시장에서 분신자살한 투사 이미지로 고정된 그에게서 외로움을 찾은 것은 ‘자신이 외로워서’라고 그 이유를 찾았다. 다른 서평은, 친구의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가장을 이 사회의 낙오자로 취급하는 것에 분노했다고 했다. 이에 은유 작가는 판에 박힌 표현의 글이 아닌 '자기 관점이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말했다.



글쓰기는 이미 정해진 상식, 이미 드러난 세계의 받아쓰기가 아니라 자기의 입장에서 구성한 상식, 내가 본 것에 대한 기록이다. 그래야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글, 그 사람만 쓸 수 있는 고유한 글이 나온다


은유 작가님의 자녀분 입시설명회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베껴 쓰는 독후감은 아무 소용없다고. 세상에서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고.


Pixabay로부터 입수된 M W님의 이미지 입니다.


조카가 1등을 한 이유


아마 같은 이유로 조카는 1등을 하지 않았을까?

다른 아이들은 네이버 지식인님께 물어보고 정리된 글을 다운받고 선생님의 코칭을 받아 독후감을 쓰다보니, 본의아니게 정형화된 틀 안에서 비슷한 글을 썼을 것이다. 자신의 입장이 전혀 관철되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조카의 경우 아이만의 렌즈로 작품을 평가하고 해석하다보니 그만의 독창성, 창의성이 인정된 것 같다. 더불어 어려서부터 책을 즐겨 읽어왔던 아이라, 논술학원에서 알려주는 기본 뼈대와 틀에 개의치않고 자신만의 논리구조로 글을 써낸 것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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