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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Sep 08. 2022

[책리뷰] 소녀에서 엄마 의사가 되기까지

닥터 키드니의 <봉직 의사>를 읽고

*** 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은 후 읽고 작성했음을 명시합니다.***



사실 이 책을 받았을 때, 소설책인 줄 알았다. 우선, 표지가 몹시 예쁘고 제목이 생소했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일반인은 '월급 의사'라는 말이 익숙해서 '봉직 의사'라는 제목은 소설일 거란 편견이 있었다. 곧, 한 켠에 '어느 보통 의사의 생존기'라는 소제목을 보며 에세이집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작가의 삶을 꾸밈없이, 거짓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고백한다. 지극히 평범한 소녀가 의대에 가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함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우리가 바라보는 의사가 아닌 생존 의사의 삶(연봉협상, 과로가 불러온 동료의 죽음, 일주일 풀 근무, 정신과 상담, 의료사고, 해코지에 대한 두려움 등)을 보여주고, 엄마가 되기 위해 수없이 시도한 난임시술과 지병 이야기까지 실려있다. 더불어 의사이기에 쓸 수 있는 진료 경험담,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의사의 의학 잔소리는 덤이다.




사실, 책장을 펴기 앞서 '의사 엄마? 그럼 공부 잘 했겠네?'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첫 챕터 제목이 '의사면 공부 잘 했겠네요'였다. 뼈를 깎는 고통의 시간을 보낸 작가님의 노력을 의도치 않게 힐난하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며, 나의 편견에 부끄러워졌다. 공부하기 위해 밤을 지새가며 자신의 몸과 싸워야 했고, 그 공부 흔적은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까지도 손가락의 굳은살, 결절종, 신체 기형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꿈을 이루려고, 노력을 무기 삼아 지냈던 작가님께 숙연해진다.



재미있는 의학 드라마도 많은데 왜 하필 여의사가 쓴 에세이?

굳이 이 책을 읽어야할까하는 반문이 드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비롯한 다른 의학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한다. 보기만 해도 안구정화가 되는 주인공 보는 재미가 있다. 또, 드라마를 통해서도 충분히 의사들의 고충을 알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에세이는, 엄마+의사+평범했던 소녀가 만나 하나의 작품을 이루었으니 꽤나 현실적이다. 의사에 대한 환상, 기대같은 건 전혀 없다. 오히려 그 현실을 처절하게 드러내어, 의대생에 대한 환상이나 솔직한 면모가 궁금한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일반인이 보기에 의사라는 직업은 넘사벽이지만, 아이 엄마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한 여자의 삶을 내 이야기처럼 들여다볼 수 있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행위로 인해, 작가님은 이런 삶을 살아왔고 살고 있는데, 나는 어떻게 살아왔나, 어떻게 살고 있나를 생각해보게 된다. '의사'라는 사회적 지위를 비교하라는 말이 아니다. 나는 진정 가슴이 뜨거워지는 꿈을 꿔 본 적이 있으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 지금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등의 사유를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그렇지, 의사도 사람이지.


작가님은 의사와 동시에 환자다. 스스로 약처방을 했으나 결국 다른 의사를 찾아가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한 후에야 정확한 병명을 얻을 수 있었다. '의사라서 셀프 약처방할 수 있어 좋겠다'라는 막연한 생각을 해왔는데, 같은 이유로, 큰 병을 놓칠 수도 있으니 의사도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가야 한다.

나만 정기검진을 혹은 병원 진료를 미루는 줄 알았다. 괜히 병원 갔다가 아프단 소리를 들을까봐, 귀찮아서, 혹은 바빠서 한없이 미루기 마련이다. 실상은, 두려움이 있다. 혹시라도 내가 모를 큰 병이 있으면 어쩌지? 와 같은 상황 말이다. 하지만 작가님은 말한다, "의사도 두렵다"고.


평범한 소녀가 의사가 되기 위해 혹사에 가깝게 시간을 투자하고 몸을 던졌기에 책을 읽을수록 '다시 태어나면 의사는 못 하겠다는 말을 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님은 다시 태어나도 의사를 한다고, 의사말고는 하고싶은 일이 없었다고 하셔서 글을 읽는 내 눈을 의심했다. 꿈꿔보고 해온 일이 이것 뿐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러나 그 분의 삶과 말을 가만히 떠올려보면, 힘들고 고된 육체만큼 성취감, 보람, 직업정신 때문에 이 직업을 고수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은 월급받는 직장인/ 워킹맘/ 육아맘/ 건강에 관심있는 분/ 의대 지망생/ 직장인 의사생활이 궁금한 분들이 읽기에 좋은 책이다.



인상 깊은 구절 모음

주옥같은 문장들이 곳곳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아래, 인상깊은 구절을 모아보았다.

내가 뭘 잘못한 거지? 내가 왜 환자가 되어있지? 나는 내 앞에 주어진 삶을 매 순간 열심히 살았던 것뿐이었는데......

실수는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할 나의 것이지만, 실망은 타인의 몫이다. 실수는 경계하되, 타인을 실망시키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나를 감시하고 돌봤어야 했다. 그중에서도 약을 잘 먹는 것은 환자의 기본 태도이고 질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중략)쓰레기통에 버린 건 알약이 아니라 젊은 날의 내 건강이었다.

힘을 빼고도 글씨가 써지는 것처럼, 힘들게 살지 않아도 인생은 살아지는 것처럼...

힘주는 것은 내게 본능이지만, 힘 빼는 것은 의도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그것도 연습하면 된다는 것을 믿는다. '반드시'라는 단어를 버리고 '되는 대로'라는 말을 새긴다. 오늘 하루를 되는 대로 성실하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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