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돌아오지 않을 시간. 원래 시간이라는 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에 매순간을 후회없이 살자는 게 나의 지론이나, 12월 31일은 특별하다. 한 달의 마지막이자, 한 해의 마지막이기에 좀 더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 같다. 오죽하면 12월 32일이라는 노래가 있을까.
당신은 올 해의 마지막날 무엇을 하고 있는가. 친구들과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자리? 가족들과 오붓하게 만찬하는 자리? 올 해를 마무리하며 내년을 기약하는 자리? 멀리 계신 부모님을 찾아뵈며 포근한 마음을 나누는 자리? 나도 뭐든 다 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집 상황에 그 모든 일은 사치이다.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이 있으니, 그것은 정리다.
코로나 기간동안, 나도 일을 하게 되면서 내려놓은 집안일 “정리”.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이 늘 지나쳤던 “정리”.
매일 정리해도, 어느 정도 공을 들여야 눈에 보이는 작업효과가 나기 시작하는 “정리”.
오늘은 다같이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막내가 5살이 되니, 정리하자는 말에 스스로 놀며 시간을 보낼 줄도 알고 눈치보며 정리를 거들기도 한다. 나는 한 자리에 앉아 수북히 쌓인 짐박스 예닐곱개를, 무려 5시간 동안 쉬지않고 정리했다. 일한다는 핑계로 집안일에 뒷전인 남편은, 둘째 아들래미의 성화에 못 이겨 아들의 방정리를 도왔다. ‘사람은마무리를잘해야해. 올해의마지막날인오늘은방을정리하며시간을보내자.’라는 말이 아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걸까. 토요일은 놀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아들인데, 오늘따라 두 눈에 불을 이글거리며 방정리에 열을 가한다. 첫째 딸래미만 열심히 해 주면 좋겠는데.. 일단여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해가 떠 있는 시간 내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움직여준 우리 가족 모두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피곤하지만 열심히 자신의 공간을 치운 아이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책 한 권씩 선물해 주기로 했다. 남편은 세 아이를 데리고 서점으로 갔다. 나 역시 같이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으나, 아쉽지만 주방에 쌓인 설거지를 하며 저녁을 준비해야 한다. 정리 시작한 김에 끝을 내고 싶지만 해가 저무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저녁먹은 후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기위해 교회를 가야한다.
구독자님들은 오늘같이 특별한 날,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실지 문득 궁금하다. 이왕이면 나와 가족 스스로를 위해 뜻깊은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또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