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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May 12. 2023

한 자영업자의 벽

사람 사는 이야기


<나는 자영업자입니다>도 아니고 ‘남편은 자영업자’이다. 세 아이를 3년 터울로 육아하며 전업주부 생활하던 나는, 의도치않게 어느순간 자영업자가 되어 있었다. 10년째 재무회계업무를 담당하던 남편은, 품에 안고 다니던 사직서를 던지고 2019년 코로나 직전에 인터넷 판매업을 시작했다.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사업에 손을 댄지 얼마 안 되어, 중소기업 월급쟁이 수준의 수익을 냈으니까.


“역시, 내 남편은 창의적이고 통찰력이 좋아서 사업 수완도 좋은가보다.”


라고만 생각했다. 잠시 잠깐의 꿀을 먹고 있음을 알지 못한 채. 우린 나름의 청사진을 그려나갔다. 미국에서 블루투스 제품(헤드셋, 키보드, 마우스 등)을 수입하여 판매낸 수익이 날이 갈수록 상승세를 보였으니까. 하지만 2020년 코로나 영향으로 우리 부부의 사업도 한풀 꺾였다. 그것도 대차게!


미국의 공장들이 셧다운하면서 물건을 구할 수 없었다. 사회적 현상으로 갑작스레 줌 수업이 늘면서 웹캠이 불티나게 팔렸지만, 우린 이미 그 상품을 다 소진했고 더 이상 물건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미국과의 거래는 자연스레 끊겼다. 즉, 시작한 사업을 반강제적으로 접은 것이다. 사업 아이템을 전환하려다보니 가계 재정 상태는 늘 제로였다. 수입이 정말 0원 이었다. 방향을 바꿔 새로 시작한 사업의 수익이 생기까지 반 년이 걸렸다. 그것도 고작 5천원. 하지만 그 5천원에 남편과 나는 눈시울이 붉게 물들며 쾌재를 불렀다.


“우리 상품이 드디어 팔리기 시작한거야?!!!”


그렇게 3년째. 지금은 아르바이트하는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다. 다행이다. 여지껏 제로가 아니라서. 몇 천원이 아니라서. 하지만, 코로나 기간에 자영업자를 위한 정부지원 대출을 쓰다보니, 그 빚이 쌓이고 쌓여 지금은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당장에 생활비는 없고 대출 이자가 낮으니 있는대로 끌어다 쓴 거다. ‘생각없이’ 쓴 게 아니다.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대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열심히 하면 머지않아 풀릴 거라는 기대와 계획’이 있었다. 물론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사다. 우리들의 피와 눈물 그리고 땀방울은 온데간데없이, 우린 순식간에 무능력자가 되어 있었다. 이젠 나락으로 떨어질 일만 남은건가? 얼마나 더 괴롭고 아파해야 할까..?



남편이 갑자기 노래 한 곡을 틀었다. '담쟁이(노래 듣고 싶은 분은 누르세요, 유튜브로 연결됩니다)'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당신은 누구십니까>>(창작과 비평사, 1933)에 곡조를 붙인 것이다.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서두르지 않고,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가, 결국 그 벽을 넘는다’는 시인의 고백이 내 마음을 호수처럼 비추었다. 그리곤 다짐했다. 그래, 어쩔 수 없는 벽을 만났고 물없이 사막을 거닐듯 목숨이 위태위태한 상황이지만, 결국 횡단해내리라고. 반드시 이 산을 넘고 말 거라고 말이다.


우리처럼 운영이 어려운 자영업자, 혹은 하루살이가 퍽퍽한 분들은 이 곡을 들으며 함께 힘내셨으면 좋겠다. 더불어 꼭 기억하시길 당부한다.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면 결국 그 벽을 넘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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