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제게는 아침 루틴이 생겼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물 한 잔 마시고 간단한 스트레칭과 함께 성경 묵상하고 책을 조금 읽다가 글을 쓰는 거예요.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어서가 아니라, 그전부터 제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성경 묵상은 필수조건이었고, 독서와 글쓰기는 필요조건이었어요. 물론 시간이 완벽하게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분배하는 거죠. 필요조건을 더 즐기고 싶었어요. 그래서 기상 시간을 4시 반으로 당기고 싶던 터에, 성경 읽기만 간신히 해내는 5월을 보내고 말았네요. 정신을 차려보니 5월 30일이에요. 다행이죠, 5월이 아직 하루는 남아 있으니까요. 긴 시간 방치했던 플랫폼도, 열일 제치고 이렇게 찾아올 배짱을 부려봅니다.
몇 년간 지속된 아침 루틴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는 5월 30일 점심시간을 보냈어요. 운동, 미술, 학교 도서관 봉사, 저녁 줌 모임은 4월에도 해 왔던 거예요. 5월에 추가된 활동이 무엇인지 다이어리를 들여다보며 점검해 봤어요. 눈에 띄는 두 가지가 보입니다. ‘동화 구연’과 ‘주말 일정’이네요.
우선 ‘동화 구연’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제가 동화 구연 수업을 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요. 단지, 초 2인 아들 녀석이
“책 읽어주는 어머니가 있대. 엄마도 그거 신청했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길래 알겠다고 했죠. '책 읽어주는 어머니'는 저학년 반에 찾아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활동이에요. 아이들 등교 시간인 8시 40분부터 20분만 할애하면 되더라고요. 그런데 웬걸! 알고 보니5월부터 6주 동안, 매주 월요일마다 2시간씩 교육을 받아야 한대요. 저는 오전 재택근무를 하는데 말이죠. 겨우겨우 사장님의 양해를 구하고 눈칫밥 먹으며 강의를 들으러 갔습니다. 강의를 듣는 내내 마음은 가시가 콕콕 박힌 듯했어요. 매주 숙제가 있었고, 오전에 일하지 못한 부분은 주중에 시간을 내어 메꿔야 했어요. 그건 제 스스로에게 약속한 부분이거든요. 제시간에 하지 못한 일은 분량만큼 채워야죠. 아.. 평소에도 바삐 지내는 제가, 동화 구연으로 인한 파장을 채워야 해서 더없이 바빴군요.
다음은 ‘주말 일정’입니다.
저희 집은 주말에 특별히 이동하지 않아요. 이동이라 함은, 부모님 생신, 명절, 가족 행사 정도예요. 그런데 5월은 약속이라도 한 듯, 주말마다 일정이 있었어요. 잠시 혼자 지내게 되신 시아버님 뵈러, 교회 내 대회, 결혼식, 지인의 쿠폰 선물로 나들이까지 아주 꽉 찬 5월을 보냈네요. 여독이 바로 풀리지 않으니, 수면 시간은 더욱 늘어나고.. 그래서 제 아침 루틴은, 기상-물 마시기-성경 까지가 되어버린 한 달이었습니다.
동화구연 자격증 받았어요^^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다 보니 제 5월이 다시 한번 파노라마 영상처럼 지나갑니다. 바쁜 하루하루는 싫지만, 바쁘기에 이렇게 삶을 돌아볼 여유를 만들어내게 되네요. 이번 한 달도 알차게, 부지런히, 정신없이, 또한 정신 차리려 부단히 애쓰며 살았어요. '안물안궁'이지만 다시 돌아와 글쓰기를 하고자 하는 다짐을, 신고식 차원에서 괜히 너스레떨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