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질문이었지만 그것은 얄리가 경험한 삶의 핵심을 꿰뚫었다. 이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자신의 전공을 바탕으로, 온갖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여 이 책을 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얄리의 질문에 대한 답은 ‘인종의 차이가 아닌 지리적 환경의 차이’로 인함이다. 예를 들어, 유라시아 대륙은 동서로 길다. 비슷한 위도에 있기에 기온, 강수량 같은 기후가 비슷하여 식량 보급 문제나 계절에 따른 문제의 발생 빈도가 적다. 반면 아메리카 대륙의 경우 남북으로 길다보니 지역별 기후가 다르다. 특정 지역에서 수확할 수 있는 식량은 이동하면 할수록 적합하지 않은 상태가 된다. 여기에서 오는 시행착오가 바로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흑인과 백인이 지금 대륙에서 반대의 위치에 있었으면 아마 흑인이 세상을 지배했을 것이라고 당당히 주장한다.
제목은 왜 <총, 균, 쇠>로 지었을까?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고, 누군가는 누군가에 의해 몰살되고, 또 누군가는 누군가로 인해 지배자가 되는 중심에는 '총, 세균, 쇠'가 있음을 밝힌다. 이를테면, 8만 대군과 아타우알파를 스페인 제국의 피사로와 168명의 오합지졸이 잔인하게 도륙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앞서 말한 내용에 있다. 잉카제국은 그 수가 많았지만 주 무기가 돌, 나무 곤봉, 물매, 손도끼, 헝겊갑옷이 전부였다. 반면, 스페인 군대는 방울을 단 말, 쇠무기, 갑옷 등의 무기가 있었다. 총을 처음 접한 잉카인은 혼비백산하여 도망가거나 온몸으로 아타우알파를 보호하는데 그쳤다. 스페인 군대는 총, 쇠가 있었고, 앞서 문자가 있었기에 잉카에 대한 사전정보가 있었다. 원인이 '총, 균, 쇠'라는 주장에 반박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 책 곳곳의 사례들은 충분한 증거가 된다. 그것들은 역사 속에서 큰 영향을 끼쳐왔고 현재까지 이어져왔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주목하게 된 점은 책 내용보다도, ‘재레드 다이아몬드’라는 인물이다. 어떻게 질문 하나로 이렇게 방대한 책을 썼는가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벽돌책 중에 하나인데, 그의 지식이 태평양 바다를 펼쳐놓은 듯 하다. 그러나 어렵게 풀어냈으면 독자들로 하여금 외면받기 일쑤일텐데 그의 문장은 쉽고 때론 너무 간결하게 풀어내어 읽는 이의 부담을 덜어준다. 오히려 아는 즐거움마저 느끼게 한다. 대체 이 책을 써내려 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지식? 끊임없는 노력? 아마도 통찰력에 있지 않을까 싶다. 사건에 대한 인식과 통찰력 있는 관찰력으로 그의 사고는 한없이 깊어진다. 끊이지 않는 질문으로 내용을 술술 풀어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지식도 지식이지만 자신의 전문성과 보편성을 연결시키는 그 능력과 통찰력, 그의 지혜에 더욱 감탄하는 시간이었다.
또한 그의 수용하는 자세 또한 배울만 하다. 이 책이 출간된 후 그는 수많은 편지와 전화를 받았다. 그는 그 자료들을 바탕으로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동양인으로서, 이 책은 <곰브리치 세계사>처럼 서양문화 중심으로 이루어질거라는 색안경을 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일일이 귀를 기울여, 내용을 추가했다. 후반부에 첨부한 동양 이야기는, 사람들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고 수용하되 사실여부를 확인하여 자료를 재차 수집하고 내용을 이어가려 애쓰는 그의 자세 또한 배울만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는 중심을 잡으려 애썼으나 한국과 일본이 서로 자기네가 '정복했다고 주장한다'는 부분이 거슬렸다. 나 역시 한국인이라,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많은 부분을 사료와 언어, 인종, 환경 등으로 증명했으나 여전히 많은 부분 추정에 의했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크리스천으로서 이 좋은 책이 진화론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과학책이 그렇다. 진화론에 근거해서 인류의 조상이 ‘고릴라, 침팬치’와 ‘친척’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태어날때부터 고릴라는 끝까지 고릴라고 사람은 처음부터 사람이라는 사실은 왜 전제하지 않았을까? 환경에 의해 진화한다면, 수천년 후에 사람의 외관은 지금과 또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의 주장 또한 측에 의한 것이니, 차라리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