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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Aug 13. 2024

역할이라는 구속

가슴이 답답할 때

역할이라는 자리는 때론 ‘답답이’와 같다. 가치라는 이름으로 꽉 붙들려서 묶여 있어야 하는 답답이, 관심도 없는데 생계유지를 위해 버텨야 하는 답답이, 열정 패이로만 버텨야 하는 답답이. 이중 최악은, 가치도 대가도 없이 당연스레 그 자리에 처박혀 있어야 하는 답답이다. 이러한 불편한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는 보통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연출된 상황이다 보니 어두운 감정이 그림자처럼 뒤따라온다. 공부 성취감을 느껴서 스스로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는 학생과 달리, 학생이니까 억지로 공부해서 그 결과가 좋지 않을뿐더러 스트레스 속에서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SoonTae Hong님의 이미지 입니다.


물론 자의적으로 선택한 자리임에도 족쇄 같은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만 생각과 다를 때, 예상치 못한 변수가 감당이 안 될 때처럼. 내가 선택한 자리인가? 어쩌다 보니 그 자리를 꿰차고 있어야 하는가? 내 가슴을 조여오는 그 자리, 그 역할을 벗어나면 과연 해방감이 들까? 처음에는 잠시 잠깐 동안 막힌 변기가 뚫리는 시원함 마저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다시 막히듯 그 감정은 반복될 것이다. 어쩌면 허전함마저 느낄지도 모르겠다. 역할이라는 것은 소속감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소속이 주는 연대감이 사라져 버릴 테니까. 힘들지만 버틸 수 있는 힘의 유무는, 결국 상황이 아닌 그 사람의 내면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Ria Sopala님의 이미지 입니다.

누구나 답답함을 느끼며 산다. 그 감정을 예술이나 문화생활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정도 해소시키며 사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 할지 몰라 답답함 안에서 허우적대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한계선을 넘어 쓰나미 같은 어둠의 그림자가 뒤엎으려 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땐, 잠시 멈춘다. 그리고 나 스스로를 객관화 시킨다. 내가 무엇 때문에 감정이 뒤엉켜 있는지, 그 감정은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내가 그 감정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 지금 당장 그럴 여유가 없다면, 어떻게 해서든 그 시간을 만든다. 단 5분이라도 시간을 내어 나를 들여다본다. 글쓰기를 하면 좋지만 여력이 안 되는 나날이 많다 보니 생각을 통해서라도 나를 객관화한다. 내 안에 작은 구멍을 내어 독한 감정을 흘려보내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으니까. 내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자체가, 빼도 박도 못하는 수많은 역할 속에서 나는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역할'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자신의 '위치'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나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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