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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Jul 26. 2024

탈출구를 찾아서

나 혼자만의 공간

요즘 멘탈관리가 한계치다. 나만큼 감정관리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할 정도로, 아이들에게 잘 웃어주는 엄마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짜증과 예민 정도가 높아진 걸 느꼈다. 이제 곧 생일이 되는데, 받고 싶은 생일 선물도 없다. 그저 혼자이고 싶다. 왜지? 나는 왜 이리 혼자만의 탈출구를 원하는 걸까.

요즘 그림책 작업하면서 잠 못 자는 나날이 이어졌다. 낮엔 더위 느낄 새 없이 일하고,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여전히 아이들 챙기며 저녁준비를 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그림 작업을 했다. 틈새시간으로는 영 부족하다.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열심히 그렸다. 한번 시작하다 보면 서너 시간은 기본이다. 수면부족은 허리 통증으로 이어졌고, 체력은 하루를 버티기도 버거운  상태가 되었다. 허리 통증을 막기 위해 매일 30분 이상은 걸어줘야 하는데, 감히 그럴 수 없었다.


남편과 한 사무실에서 일한다. 남편은, "이번 그림 작업은 힘들지 않게, 사무실에서 일하는 시간에 그려."라고 말하며 선심을 썼다. 막상, 시댁에 일이 생겨 남편이 하던 일까지 내가 다 처리해야 했다. 그렇게 일주일 가까이를.


아이들이 아팠다. 올해 폐 질환 전염병 환자가 급증했다는데,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둘째와 셋째가 7월 한 달간 총 3주를 아파서 결석했다. 혼자 두 아이들(세 명이 아픈 기간도 있었다.)을 병원에 데리고 갔다. 늘 그렇듯, 밤잠 설치며 아이들 돌보는 것도 내 몫이다. 일하러 나가야 했기에 아픈 아이들을 데리고 사무실에 나갔다. 나도, 아이들도 힘든 상황이다.

참으로 빼곡하다 여기던 일상이었다. 태풍과도 같은 7월이 날 기다리는 것도 모르고 바쁜 하루하루를 운운했다. 이번 한 달간의 삶을 되돌아보자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커다란 바위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하다. 혼자만의 안온한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다. 모든 것을 멈추고, 멍하니 창 밖을 응시할 수 있는 시간. 하늘을 올려다보며 곱디고운 하늘빛에 감탄하고, 비 온 뒤 싱그러운 나뭇잎을 보며 감상에 젖을 시간 말이다.

어제, 작정하고 새벽몰입독서로 시작해 글쓰기로 밤을 마무리했다. 그제야 마음이 평안해졌다. 불쾌지수가 최고조를 달리던 내 안은 개운함마저 감돌았다. 역시, 내겐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비록 물리적인 공간의 이동이 아닐지라도 정신적인 공간의 이동, 그 안에 집중하는 시간은 내 영혼을 숨 쉬게 한다. 따라오는 피로감은 어쩔 수 없겠지만, 마음에 즐거움이 가득하니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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