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 이야기_엄마 책상 아래, 홀로서기
"심심해."
축복이의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려서부터 언니 오빠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터울 때문인지 세월이 야속해서인지 모르겠다. 함께 놀 친구가 절실해지는 초1 겨울방학이 되자, 언니 오빠에게 때때로 춘기씨(사춘기)가 찾아와 축복이의 홀로서기는 시작되었다.
"그림 그리고,
그림일기도 쓰고 책도 한 권 읽었는데..
그래도 심심해! 나는 엄마랑 놀고 싶어!"
이럴 때, 정말 난감하다. 늘 함께였다가 혼자가 된 아이에게, 마음 같아선 아이가 스스로 할 일을 찾을 수 있게 방향 잡는 걸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이 나를 가로막았다. 재택근무자는 집에 있어도 노트북을 열고 일을 해야 한다. 눈 뜨자마자 일을 시작해도, 끝이 나지 않는다. 아이를 돌보며 잘 키워야하고 노동자로 일해서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양날을 오가는 재택근무자는 멘탈관리가 쉽지 않다.
나는 마음이 약해질까봐 곧바로 축복이에게 말했다.
"엄마, 이제 일하는 시간이야.
같이 못 놀아줘서 미안.
그래도 엄마가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보다 낫지?"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은 엄마의 강요일지 모른다. 그날도 나는 여전히 일을 했고 아이도 내 주변을 멤멤 돌았다. 현실을 받아들인 걸까.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며칠간의 투정 후 아이는 혼자 놀이의 진수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일하는 책상 주변에 얇은 이불, 무릎담요, 삼베 이불을 둘러싸서 가림막을 만들었다. 책상 안에는 폭신한 베개와 이불을, 그리고 인형들로 꾸몄다. 다른 책상은 절대 사절이다. 꼭 엄마 책상 아래에만 자리를 잡아 그 안에서 그림 그리기, 인형 놀이, 책 보기, 멍 때리기 등을 했다. 엄마와 놀 수 없다면 냄새라도 가까이 두고 싶었던 걸까.
"엄마, 내가 오늘도 얼마나 바쁘게 지냈는지 알아?
벌써 하루가 다 지나갔어!"
방학한 지 3주가 되자, 아이도 제법 시간 보내는 법에 익숙해진 듯하다. 언젠가부터, 아이는 나를 부르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 '심심해'라는 말이 나올 새다 없다. 방학 초반에 하던 것들을 여전히 이어가지만, 이젠 혼자 있는 그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더이상 엄마 옆자리를 고집하지도 않는다.
세 명이 아닌 혼자서,
아이의 발길이 머문 곳마다 놀이터가 되기 시작했다.
함께 놀 누군가가 생긴 게 아니다.
혼자 노는 노하우가 생긴 것도 아니다.
아이는 그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어딘가에서 배우고 있었을 뿐이다.